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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스무 살 때 한국과 인연 맺어… 50년간 사진집 열네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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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사진작가 후지모토 다쿠미, 마이니치신문사 '도몬 겐賞' 수상

지난 50년간 한국 관련 사진을 찍어 온 일본인 사진작가 후지모토 다쿠미(藤本巧·70)씨가 27일 마이니치신문사가 주최하는 제39회 도몬 겐(土門拳)상을 받았다. 일본의 유명 사진작가 도몬 겐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81년 제정된 이 상을 받는 것은 사진작가에게는 큰 영예로 꼽힌다.

역대 도몬 겐상 수상자 목록에 오른 후지모토씨의 작품집은 '과묵(寡默)한 공간, 한국으로 이주한 일본인 어민과 하나이 젠키치(花井善吉) 소록도 원장.' 그의 14번째 한국 관련 사진집으로 일본의 식민통치 시대에 만들어진 적산(敵産) 가옥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도몬 겐상 심사위원회는 "그동안 파묻혀 있던 일한(日韓) 역사의 한 단면을 조명하는 이 책은 도몬 겐상에 걸맞은 작품"이라며 "후지모토씨의 50년에 걸친 한국 촬영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 가득했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

27일 제39회 도몬 겐상을 받은 후지모토 다쿠미씨가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부산에 남아 있는 일본식 주택(적산가옥)을 촬영한 지난해 후지모토씨의 작품. /이하원 기자·후지모토 다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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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모토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일제 시대 만들어진 적산가옥은 일·한 관계의 '부(負)의 유산'이지만 이런 역사가 있었음을 일반인들과 전문 연구가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스무 살 되던 1970년 여름. 어릴 적부터 존경하던 민예운동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와 한국과의 관계를 더 깊이 알고 싶어서 방한했다. 이때 경북 안동·김천 등을 다니며 설명하기 어려운 한국의 매력에 끌렸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갑작스러운 내방객을 한국 사람들은 친근감 있게 맞아줬다. 나는 사진 구도를 생각하기 전에 (한국이라는) 피사체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후지모토씨의 한국에 대한 열정이 알려지면서 그의 사진집은 한국에서도 출간됐다. 2012년에는 서울에서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그가 90여 차례 한국에 사진을 찍으러 갈 때마다 많은 한국인이 도와줬다고 했다. "한번은 한국의 시골 이곳저곳을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다가 경찰관에게 길을 물었다. 그랬더니 그 경찰관이 사진 소재가 될 만한 곳으로 나를 직접 안내해서 데려다 줬다."

후지모토씨는 악화된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입장이다. "일본은 고대부터 한국과 관계를 맺었다. 백제와 일본이 함께 동맹 관계를 맺기도 했다. 역사를 좁은 시야에서 볼 게 아니라 큰 시야에서 보면 두 나라 사이엔 그동안 좋은 일이 더 많았다."

후지모토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오사카에서 지금까지 찍은 한국 관련 사진을 모아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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