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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도쿄 연기’에 꼬인 스케줄···2032 남북올림픽 유치전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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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유엔 총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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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연기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게 골치 아픈 숙제다. 올림픽은 2주 넘게 수백 건의 경기가 동시다발로 열리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다. 주인공인 선수단과 관중은 물론, 경기 진행을 위한 인원과 기자단까지 합하면 수만 명이 매일 움직인다. IOC는 올림픽에 앞서 전체 위원들이 모이는 총회를 여는 데, 여기에선 차기 올림픽 개최지 선정 비밀 투표 등의 주요 결정이 내려진다.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이런 일정도 도미노로 순연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여기에 한국이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 문재인 정부가 2032년 여름올림픽의 남북 공동개최 의사를 이미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의 호응이 없는 상황에서 국제 스포츠계에선 관련 가능성엔 보수적 접근이 지배적이지만, 남북 관계의 특성상 급작스러운 진전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주요 변수로 새롭게 등장한 것이 2032년 올림픽 유치전의 스케줄 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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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2018년 2월 9일 강원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개회식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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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는 관례상 7년 전에 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한다.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선정된 때는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IOC 총회였다. 2032년 올림픽 개최지도 이대로라면 2025년에 결정된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의 연기를 이유로 가뜩이나 일이 많아진 IOC가 이를 미룰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캐나다의 IOC 전문지인 게임즈비드의 로버트 리빙스톤 편집장은 중앙일보에 e메일로 “도미노처럼 많은 일정이 뒤로 밀릴 수도 있고, 2032년 올림픽 개최지 결정 역시 그리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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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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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전화 기자회견에서 원론적 답만 내놓았다. 중앙일보가 “2032년 올림픽 개최지 결정 타이밍과, 남북 공동 개최 가능성은 어떻게 전망하는가”라고 묻자 바흐 위원장은 “미래의 올림픽은 나중에 결정될 것”이라며 “한국의 뜻은 잘 알고 있고, 다른 국가들도 (2032년 유치) 의사를 밝힌 상태다. 다른 나라들의 참여도 독려한다”고만 말했다. 답은 아직 미정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바흐 위원장과도 가까운 장-루프 샤펠레 로잔대 교수에게 e메일을 보냈더니 “도쿄 2020의 연기가 한국의 2032 공동 개최를 위한 유치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답을 내놨다. 샤펠레 교수는 “(2032년 유치전은 IOC 내) 여름올림픽 개최 위원회가 전략적으로 결정해 IOC의 집행위에 제안한 뒤 IOC 총회로 넘어가는 수순”이라며 “(당초 계획대로) 앞으로 5년 후(2025년)에 결정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국내 IOC 전문가로 서울대 국제스포츠행정가양성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강준호 교수는 통화에서 “2032년 개최되는 올림픽을 결정하는 타이밍 자체는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원래대로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현재 IOC의 개최지 결정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는 전환기이기 때문에 (타이밍뿐 아니라) 모든 상황이 유동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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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IOC 총회는 이례적으로 2024년뿐 아니라 2028년의 올림픽 개최지도 동시에 선정했다. 2024년은 LA에, 2028년은 프랑스 파리에 돌아갔다. 바흐 위원장(가운데)이 LA 시장(왼쪽)와 파리시장(오른쪽)의 손을 동시에 들어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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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위원장은 2011년 당선 후 일성으로 “IOC엔 혁명까진 아니더라도 혁신이 필요하다”며 유치전 과정부터 뜯어고쳤다. 도쿄올림픽 이후인 2024년과 2028년 여름올림픽 개최지를 한꺼번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프랑스 파리로 선정한 것 자체가 IOC 사상 처음이었다. 강준호 교수는 “IOC도 이젠 각국의 올림픽 유치전이 과거와 똑같을 수 없다는 점을 자각하고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며 “모든 게 유동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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