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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사설] 김진표 회고록 부적절하나 의혹은 명쾌하게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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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서점에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이 진열돼 있다. 최근 김 전 의장은 자신의 회고록에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쓴 것을 두고 파장이 커지자 자신의 SNS에 "의도와 달리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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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주장하지 못할 거면 애초에 쓰질 말았어야





대통령실도 신속·분명하게 입장 밝혀야 믿음 얻어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지난달 27일 공개된 회고록에서 이태원 참사 직후인 2022년 12월 5일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를 건의하자 윤 대통령이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결정하지 못하겠다.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적었다. “극우 유튜버의 방송에서 나오고 있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 힘들었다”고도 했다.

파장이 커지자 김 전 의장은 지난 주말 SNS에 “이태원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고심을 읽을 수 있었다. 다만 (회고록은) 대통령께 국민 일반의 눈높이가 아니라 정제되지 않은 극단적인 소수 의견이 보고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전하려는 취지였다”고 한발 물러섰다. 국민의힘에선 “또 민주당의 ‘아니면 말고’식 빠져나가기인가” “책장사한 거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 김 전 의장의 해명만 보면 윤 대통령이 음모론을 믿고 이 장관 경질에 반대했다는 쪽에 비중을 둔 건지, 극우 유튜버 주장을 보고받고 있는 듯하다는 ‘본인 느낌’ 쪽에 무게를 둔 건지 명확지 않다. 애매하게 논점을 흐렸다. 끝까지 떳떳하게 주장하지 못할 내용이었으면 애초에 쓰질 말았어야 했다. 더구나 독대였다면 따로 메모도 하기 힘들었을 텐데, 본인 기억에만 의존한 것이라면 더욱 표현에 신중해야 했다. 더구나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 자리에서 물러난 지 한 달도 안 돼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을 미주알고주알 회고록에 쓴 것 자체가 문제였다. 이젠 국회의장의 품격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중앙일보

지난해 10월 31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당시)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시정연설 사전환담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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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의 대응도 의아하기만 하다. “독대를 요청해 나눴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알리는 것은 개탄스럽다”고만 했지, 무엇이 어떻게 왜곡됐는지를 밝히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니 “대통령실이 ‘사실이 아니다’고 하지 않고 ‘왜곡됐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뭔가 구린 데가 있는 것 아니냐” 하는 궁금증만 증폭된다. 실제 많은 국민이 아직까지 이상민 장관이 경질되지 않은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김 전 의장의 회고록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도 많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선제적으로 발언의 진위와 입장을 명쾌히 밝혀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돌이켜보면 채 상병 사건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도 초기에 적절히 신속 대응하지 못하고 시간만 끌다 스스로 위기를 키웠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 회복 없이 아무리 민생을 외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신뢰는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님을 이젠 알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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