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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법인, 아파트 매입 1년 새 2.4배 급증…'세금 회피' 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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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에만 7990건 거래…전년 동월대비 236.6% 늘어

서울 지역은 387건, 전년 같은 기간 149건 대비 1.6배 증가

법인 매입 시 양도세·종부세 등에서 이점…증여수단 활용도

"경제활동 않는 '페이퍼컴퍼니', 세제혜택만 취해 문제 소지"

시장질서 교란우려…국토부 "모니터링 강화, 이상거래 주시"

뉴시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모습. 2019.03.11. 20hw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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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최근 법인 명의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등 보유세 강화 기조에 따른 '조세 피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이 개인·법인·기타로부터 매입한 아파트는2만4009건으로, 지난 2011년(2만4795건) 이후 최근 8년 새 가장 많았다.

연도별로는 ▲2011년2만4795건 ▲2012년 2만276건 ▲2013년 1만6048건 ▲2014년 1만7072건 ▲2015년 1만4002건 ▲2016년 1만7069건▲2017년 1만3687건 ▲2018년 1만8971건 ▲2019년 2만4009건 순이다.

올해도 법인 명의의 아파트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다. 법인이 매입한 아파트는 지난 1~2월 기준 799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2374건 대비 236.6% 증가한 것이다.

서울도 지난해 법인 명의의 아파트 매입이 1923건을 기록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6년 이래 지난 2016년(4261건)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올해 1~2월은 38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149건 대비 159.7% 증가했다. 법인이 서울 등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 있는 주택을 매입할 때 취득세가 중과되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크다.

세무 관련 전문가들은 최근 법인 명의의 아파트 매입이 늘어나는 배경에 정부의 대출·세제 규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인의 부동산 투자는 최근 정부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 개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어서다. 일종의 '우회로'로 법인이 등장한 셈이다.

현재 개인이 주택을 매입했을 때 적용하는 양도소득세 기본세율은 6~42%인데,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보유한 주택에 대해서는 10~20%포인트(p) 가산돼 최대 62%까지 세금이 무겁게 매겨진다. 이른바 양도세 중과다.

하지만 개인이 법인을 설립한 뒤 주택을 구입하면, 주택 수를 따질 때 해당 주택은 포함되지 않는다.

법인 명의로 주택을 매입함에 따라 양도세 중과를 회피하는 수단이 되는 셈이다. 또 법인은 주택 매각 시 양도차익의 10~25%(지방소득세 별도)를 법인세로 내면 되기 때문에 양도차익 크기에 따라 절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크게 낮아진다.

종부세는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부과되는 데 1주택자의 경우 9억원, 다주택자는 6억원까지 공제해준다.

양도세와 마찬가지로 법인이 소유한 주택은 개인(대표이사나 최대주주 등)의 주택수를 계산할 때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절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종부세는 소유자 한 사람당 부과되는 '인별 과세'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법인을 설립해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도 절세 혜택이 생긴다. 공동 명의로 주택 매입 시 소유자 한 사람당 6억원씩 공제 혜택을 주기 때문에 명의자가 늘어날수록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다.

법인 명의 매입의 단점 중 하나는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큰 의미가 없어졌다. 정부의 9·13 대책으로 올해부터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2년 이상 거주요건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법인 명의의 아파트 매입이 증여의 수단으로도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를 단순 증여 시 10~50%의 세금이 부과되나 가족 간에는 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다만 10년간 배우자는 6억원, 성인 자녀는 5000만원, 미성년 자녀는 2000만원까지만 공제된다. 하지만 부모와 자식이 함께 법인을 설립한 뒤, 자녀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경우 소득세로 분리과세 되는 데 배당 규모에 따라 증여보다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법인 명의의 아파트 매입이 늘어나는 데 대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최근 설립된 부동산 임대 관련 법인의 상당수가 이 같은 세제 혜택을 노리고 설립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과거 국가산단에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등기로는 설립되어 있지만, 사업 활동의 실태가 없는 회사를 가리키는 속어)를 만들어 세금을 회피하려는 수법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여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법인 설립을 통한 부동산 투자가 세금 회피를 넘어 시장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전체 거래량에서 법인 명의 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4.4%(서울은 2.7%)로 일부다.

다만 일부 지역의 경우 단기적인 거래 집중이 이뤄지면서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집값이 폭등세를 나타내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적용된 수원 영통의 경우 지난해 1~4월 대비 지난해 10월~올해 1월 법인의 개인 주택 매수가 9.7배 늘어나기도 했다. 앞서 부산의 경우 지난해 조정대상지역 해제 직후 법인 명의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큰 홍역을 치렀다.

국토부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출범한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통해 법인 명의의 주택 매수 사례를 비롯해 모든 부동산 이상거래 의심 사례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시장 교란을 유발하는 실거래 사례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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