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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의사만 입장하세요" 유럽에 의료진 전용 장보는 시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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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북서부 소도시 리지외(Lisieux)의 대형 수퍼마켓 ‘앵테르마르쉐’는 지난 24일부터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동안 입구에서 신분증 검사를 한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 및 소방관만 입장할 수 있는 시간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최전선에 선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장을 볼 수 있게 배려하기 위해 꺼낸 조치다. 입구에서 경비원이 간호사며 의사 신분증을 제시하는 사람만 들여보내는 장면이 현지 TV에 나왔다. 장을 보던 한 간호사는 “치료에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하는 상황이라 이런 방식의 사회적 연대가 반갑다”고 했다. 다른 손님들이 없어서 한산한 가운데 편안하게 장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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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북서부 리지외의 수퍼마켓 '앵테르마르쉐'에 오전 8시부터 한시간 동안은 의료진과 소방관만 입장시킨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프랑스24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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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각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의료진을 위한 전용 쇼핑 시간이 등장하고 있다. 일부 대형 수퍼마켓들이 의사, 간호사 등을 배려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사재기가 벌어지기 일쑤다. 또는 매장 내 ‘사회적 간격’ 유지를 위해 입장객을 제한하기 때문에 길게 줄을 서야 수퍼마켓에 입장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의사나 간호사가 제때 장을 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48시간 동안 교대 근무를 하고 퇴근한 간호사가 사재기 때문에 먹을거리를 사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영국의 BBC가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모두에게 손해가 된다는 공감대가 퍼지면서 의료진만 장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따로 정하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남부 소도시 폴스트르의 한 슈퍼마켓은 오전 7시30분부터 저녁 7시까지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마지막 한 시간은 의료진, 소방관, 응급구조원, 경찰관 등만 입장시키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나선 사람들이 생필품을 사서 퇴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조치다. 파리 북쪽 우아즈주 뮐-빌레트에 있는 대형마트 르클레르 점포는 지난 19일부터 오전 8시부터 30분간은 의료진만, 8시30분부터 30분간은 70세 이상 고령자만 입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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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폴스트르의 한 수퍼마켓 앞에 있는 안내문. 저녁 7시부터 한 시간 동안은 의료진, 소방관, 응급구조원, 경찰관만 입장시키고 있다는 내용이다./프랑스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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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가장 피해가 큰 이탈리아에서는 일부 수퍼마켓이 의료진에 대해서는 줄을 서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대형 수퍼마켓 체인인 우네스(Unes)의 밀라노 지역 매장은 의료진에 대해서는 줄을 서지 말고 들어오라는 안내문을 붙여 놓고 있다. 요즘 이탈리아에서는 수퍼마켓 내 입장객 숫자를 제한하기 때문에 장을 보려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이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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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밀라노 시내에 있는 대형 수퍼마켓 '우네스'의 안내문. 의료진은 줄을 서지 말고 바로 들어오라고 돼 있다. 고령자를 위해 대신 장보는 자원봉사자와 장애인도 바로 들어올 수 있다./밀라노 교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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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될수록 의료진에 대한 성원과 연대가 끈끈해지고 있다. 프랑스는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린 상태지만 일부 학교 문을 열어 의료진 자녀만 따로 돌봐주고 있다. 학교 폐쇄로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배려해 진료에 전념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매일 저녁 8시에 발코니에 나와 의료진을 격려하는 박수 치기 캠페인은 프랑스에서 시작한 이후 영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로 퍼져나가고 있다. 파리의 에펠탑은 박수 치기 캠페인이 벌어지는 저녁 8시에는 10분간 반짝거리는 조명이 켜진다. 평소에는 5분만 반짝거리지만 의료진을 비롯해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사람들에게 힘내라는 의미로 반짝거리는 시간을 2배로 늘렸다. 27일 저녁에는 에펠탑에 ‘고마워요(Merci)’라는 네온사인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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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저녁 파리 에펠탑에 '고마워요(Merci)'라는 네온 사인이 등장했다. 의료진을 비롯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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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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