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열린민주당 약진, 지속될 돌풍일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열린민주당 김진애, 최강욱, 김의겸, 주진형 등 비례대표 후보들이 3월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약정책회의에서 총선 승리를 다짐하며 파이팅하고 있다. /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약진일까, ‘찻잔 속 태풍’일까.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확정한 열린민주당 이야기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 2월 28일 창당한 이 비례정당은 1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당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손혜원 의원은 “보수적으로 봐도 24.5%까지 지지율 확보는 가능하다”고 장담한다. 어떻게?

지난 3월 23일 오후 8시쯤 발표할 예정이던 비례대표 후보 명단 공개가 저녁 9시로 미뤄졌다가 불발됐다. 순위에서 하위를 기록했던 한 후보자 측이, 이날 저녁 열린 비례명단 확정 당 중앙위원회에서 강하게 ‘비토’를 놓은 것이다. 격론은 이날 심야까지 이어졌다. 결론은 비례대표 후보 확정 당원 총투표. 투표는 3월 24일 실시돼 밤 10시쯤 원래 순위대로 확정됐다. 문제를 제기한 후보는 사퇴했다. 투표 결과 후순위를 기록했던 한 후보도 사퇴해 최종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열린민주당의 비례대표 후보는 모두 18명이 되었다.

지난 3월 24일 낮, 서울 여의도의 열린민주당 당사를 찾았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강한 존재감을 과시하지만 당사가 입주한 빌딩이나 빌딩 11층에 있는 사무실에는 아무런 표지가 없었다. 이날 정봉주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벌어진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둘러싼 ‘잡음’을 해명하는 유튜브 생방송을 찍고 있었다.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는 비례대표 후보 승인 당원 총투표와 당 대변인 임명 등 두 안건이 통과됐다. 당 대변인을 맡게 된 김성회 씽크와이연구소 소장은 기자에게 “당을 알리는 플래카드나 간판은 인근 빌딩 당사로 정식 이전한 뒤 내걸 예정”이라고 밝혔다.

■ 열린민주당 비례후보 18명 확정

“왜 기자가 당사에 들어옵니까. 우리는 기자에게는 ‘닫힌민주당’이에요.”

방송을 마친 정봉주 최고위원이 기자를 보며 농담을 건넸다. 모종의 적대감 내지는 서운함이 묻어나오는 발언이다.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정봉주의 ‘욕심’ 때문에 창당한 게 아니냐’는 식의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그는 한 발짝씩 물러났다. “당을 만들어도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 “당 대표를 맡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사심(私心)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떨치기 위해서다. 총선 이후의 당 전망과 관련해서도 “최고위원의 역할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선적으로는 열린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된 의원들이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말을 아끼는 중이다. 열린민주당의 총선 성적표는 어떻게 될까.

3월 26일 발표된 리얼미터·TBS의 비례대표 정당투표 의향조사 결과를 보면 더불어시민당 28.9%, 미래한국당 28.0%, 열린민주당 11.6%, 정의당 5.6%, 국민의당 4.9%의 순으로 나타났다. 친박신당이나 민생당, 공화당, 민중당 등은 오차범위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번 총선에서 의석을 배당받을 수 있는 유의미한 수치인 3% 미만을 받았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실제 선거 당일 투표율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더 있지만 이 결과만 가지고 예상 의석수를 계산해보면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은 각각 16석, 열린민주당 7석, 정의당·국민의당 각각 3석 등이다. 열린민주당 공천후보 순번을 보면 남성은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6번), 여성은 노무법인 하나의 한지양 대표노무사(7번)까지 당선 가능권에 있는 셈이다.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의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대체적 시각이었다. 더불어시민당이 민주당의 공식 비례정당이지만 1번부터 10번까지는 두 소수 정당(기본소득당, 시대전환) 후보와 각 분야에 대한 시민사회 추천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종전의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는 11번부터 총 35명이 포진해 있다. 열린민주당의 ‘약진’은 역설적으로 더불어시민당의 후순위에 배치된 민주당 후보들에게 돌아가야 할 지지율을 갉아먹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인식은 민주당 지도부나 핵심인사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 3월 25일 이해찬 당대표가 열린민주당에 대해 “민주당을 탈당한 사람들이 유사한 당명의 정당을 만들었는데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 것을 부탁한다”고 발언한 것이나, 윤호중 당 사무총장의 “열린민주당은 우리 당과 상관없다”는 언급도 같은 맥락이다.

기자는 민주당 핵심당직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는 ‘열린민주당 변수 고려, 의석수 추계’라는 자료를 입수했다. 이 추계표는 민주당과 통합당이 지역구에서는 125석 반반을 얻고 정당투표에서는 시민당이 35%, 열린민주당이 10%, 미래한국당이 40%, 정의당이 10%를 얻는 것을 가정해 작성된 시뮬레이션이다. 시뮬레이션은 범민주당이 147석을 얻고, 미래통합당이 144석을 얻는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범민주당 147석은 더불어시민당 17석, 열린민주당 5석을 포함한 수치다(125+17+5=147). 또 정의당은 비례 10%를 얻지만 지역구에서 모두 낙선해 총 4석을 얻고, 국민의당도 5% 득표로 2석을 얻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전략투표 유권자, 진보소수정당에 등 돌렸다?

“많은 사람이 더불어시민당과 제로섬만 이야기하고 있는데 또 하나의 제로섬이 있다.”

이 시뮬레이션표를 만든 민주당 측 인사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열린민주당 ‘약진’의 핵심적 동인은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아니라 정의당으로 대표되는 비례진보정당 지지표에서 이동해온 표심이라는 것이다.

“종전까지 선거를 보면 전략적으로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정의당 등 진보정당을 찍는 유권자 표심이 있었다. 굳이 따지면 ‘민주당 지지 좌파’ 정도의 포지션을 가진 유권자들이었는데, 더불어시민당의 등장도 그렇지만, 특히 열린민주당이 등장하면서 이 유권자층에게 다른 선택지가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선관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까지 정의당 지지율은 3.7~5.6%로 이제 갓 창당한 열린민주당에 비해 거의 두 배 차이로 밀리고 있다. 이 인사는 “열린민주당이 공천한 인사들 중 특히 남성후보들과 여성 1번 김진애 전 의원 등은 이미 SNS 등을 통해 알려진 진보파 셀럽들”이라며 “정의당은 청년·여성 후보를 선순위에 배치하는 전략으로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자 하지만 낮은 인지도·당 정체성 논란 등으로 그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더불어시민당에 공천된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와 제로섬 게임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은 “정치권 주변의 이른바 표 계산을 보면 대략 40% 내외의 지지율을 갖고 비례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싸움을 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남은 60%는 어디로 간다는 말이냐”라며 미래한국당이 30%를 차지한다고 가정해도 남은 30% 중 상당수는 열린민주당이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념과 상관없이 실용적으로 투표하는 유권자들이 우리에게 열려 있는 지형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차별적인 경제정책 대안 제시로 기존 민주당 지지자뿐 아니라 합리적 보수층에게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투적인 문재인 지지층’뿐 아니라 남은 선거기간 동안 중간-온건 보수층 표심 공략도 나서겠다는 뜻이다.

앞의 민주당 측 인사는 “대통령 지지율 등을 감안하면 민주당계 비례정당들이 얻을 지지율 합산의 최대치는 45%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의 공언대로라면 두 비례정당의 지지율 합산 이상의 성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앞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서 두 당의 지지율을 합산하면 40.5%다. 제로섬을 넘어 논 제로섬(Non-zerosum)의 역전 상황은 현재까지 오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남은 20여일,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