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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확진되면 강남가자”·“파면하라”…강남구청장 발언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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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균 “제주 여행 모녀는 선의의 피해자”

세계일보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이 28일 강남구청에서 코로나19 긴급 브리핑을 열고 미국·유럽 유학생 추가 확진자를 발표하고 있다. 강남구 제공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이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논란이 된 미국 유학생 모녀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 구청장은 제주도가 이들 모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기로 한 점 등을 언급하며 “모녀가 정신적 패닉 상태”라면서 “이들도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 구청장 파면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28일 온라인 공간 곳곳에서는 정 구청장과 강남구를 향한 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날 강남구청 페이스북의 관련 게시물과 제주도민이 많이 가입한 카페 등에는 정 구청장의 전날 발언에 대한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관련 기사 댓글란 등에서도 이틀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대체적인 반응은 “제주도의 손배소는 정당하며, 진짜 선의의 피해자는 제주도민”이라는 내용이다. 일부 누리꾼은 정 구청장이 “해당 모녀는 유학 생활로 스트레스를 받은 딸의 기분 전환을 위해 제주 여행길에 올랐다”고 한 점을 비꼬아 “코로나19 증상이 의심되면 기분 전환 삼아 강남으로 가자”는 주장도 폈다.

정 구청장의 파면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의 파면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이 청원글 작성자는 “지금 전국의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영업도 못 하고 근근이 살아가는 경우가 아주 많지만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버티고 있고, 의료진은 감염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코로나19와 싸우고 있으며, 일반 국민들은 답답해도 ‘나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보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정 구청장의 ‘망언’으로 모든 게 희미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청원인은 “정 구청장의 파면을 청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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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출발층에서 출발 승객들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가 실시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앞서 정 구청장은 전날 코로나19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해당 모녀와 관련해 “지금 이들 모녀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제주도의 손배소 제기 방침이 알려지면서 현재 치료에 전념해야 할 이 모녀가 사실상 정신적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제주도의 고충이라든지 또 제주도민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이들 모녀도 이번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또 “현재 쏟아지는 비난이나 제주도의 손배소 제기 등은 이들 모녀가 겪은 상황에 대한 오해나 이해 부족에 따른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강남구가 관내 미국 유학생들에게 자가격리를 당부한 게 지난 24일부터였다며 “이들 모녀는 지난 15일 (딸이) 입국해서 20일부터 제주 여행길에 올랐기 때문에 자가격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나 경각심을 갖지 않고 있었다는 판단이 든다”고도 말했다.

이어 정 구청장은 “미국 유학생인 딸은 지난해 9월 보스턴 소재 대학에 입학한 후 강도 높은 수업 스케줄 등 학교생활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런 딸의 기분 전환을 위해 당초 21일부터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 유행으로 하와이행 항공편이 취소되자 20일부터 제주 여행길에 올랐다”며 “딸은 여행 출발 당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지정된 자가격리 대상자도 아니었고, 특별한 증상이 없어 제주도 여행길에 나선 것”이라고 역학조사 결과를 밝혔다. 그는 또 “(딸이) 출발 당일 저녁 아주 미약한 인후통 증상만 나타나 여행에 전혀 지장이 없었고, 자신 또한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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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26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코로나19 대응방역상황 브리핑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제주도는 지난 26일 모녀에 대한 손배소 청구 방침을 밝히면서 “유학생 딸이 입도 첫날인 지난 20일 저녁부터 오한과 근육통 및 인후통을 느꼈고, 23일 오전에는 숙소 인근 병원을 방문할 정도로 유증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고의가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 구청장은 “해당 모녀가 제주 여행 중 병원을 방문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어머니의 위경련 증세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해당 모녀는 강남구 21번 확진자인 미국 유학생 김모(19)양과 그의 어머니이자 26번 확진자인 박모(52)씨다. 이들은 다른 일행 2명과 함께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제주를 여행했으며, 서울로 돌아온 뒤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둘 다 확진됐다. 제주도가 이 모녀에게 손배소를 청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 공간 곳곳에서는 “사필귀정”이라는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모녀의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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