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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신혼부부 전세 지원 제도는 있지만… "그 값에 전세 못 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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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공사(SH) 등을 통해 신혼부부에 대한 주거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에서는 지원 혜택에 맞는 집을 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격 조건이 엄격 할뿐만 아니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주택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LH는 올해 신혼부부와 예비신혼부부, 만 6세 이하 자녀를 둔 혼인가구를 대상으로 임대보증금 일부와 임대료 등을 지원하는 전세임대 입주자 1만300가구를 모집하기로 했다. ‘신혼부부 전세임대’는 입주대상자로 선정된 신혼부부가 살고 싶은 주택을 찾으면 LH가 주택 소유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저렴한 가격으로 재임대하는 제도다.

지원 자격은 한달 평균소득이 지난해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맞벌이는 90%) 이하, 해당 가구의 자산가액 합계가 2억8800만원 이하, 자동차 가액 2468만원 이하다. 2인 외벌이 가구라면 한달 소득이 약 307만원, 맞벌이 부부는 약 394만원 이내여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해도 서울에서는 전세임대에 적합한 집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LH전세임대 지원 한도는 서울·경기·인천 기준으로 1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초과분을 입주자가 부담하고 임차권을 LH가 갖는 조건으로 지원을 받더라도, 수도권은 3억원(지원한도의 250%)이 상한선이다.

조선비즈

2012년 이후 연도별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 추이(단위 천원). /한국감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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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치솟은 전세금은 이보다 훨씬 비싼 상황이다. 한국감정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국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2억2163만원이고, 수도권은 3억481만원이다. 서울로 지역을 좁히면 전세 문턱이 더 높다.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이 4억3001만원이다. 아파트 전세값이 비싼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절반 이상은 보증금만 4억3000만원이 넘는다는 뜻이다.

서울 25개구 중에서 아파트 중위 전셋값이 3억원 미만인 구는 도봉구(2억4650만원)와 노원구(2억4800만원)뿐이다. 전세임대 대상으로 등록된 물건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LH전세임대포털에서 서울 구로구의 전세임대 주택을 검색하면 결과물이 1건도 뜨지 않는다.

구로구와 이웃한 영등포구에서 검색된 보증금 1억2000만원짜리 아파트는 전용면적이 39㎡(약 12평)에 불과했다. 정부가 신혼부부의 공공임대주택 지원 자격을 ‘혼인기간이 7년 이상이지만 만 6세 미만 자녀를 둔 경우’로 확대했지만, LH전세임대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주택 중에서 어린 자녀를 1명 둔 3인가구가 살 만한 아파트는 드물다는 얘기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이달까지 모집하는 ‘보증금 지원형 장기안심주택’도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안정책으로 충분치 않은 수준이다. SH는 모두 5000가구를 모집하면서 이중 2000가구를 신혼부부에게 할당했다. 2인 이상 가구가 보증금 지원형 장기안심주택 대상자가 되려면 전용면적 85㎡ 이하이면서 전세보증금이 3억8000만원 이하인 주택을 임대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의 절반 이상은 대상 외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전세금은 계속 상승해왔는데 주거지원책의 보증금 한도는 크게 변동이 없어 해당되는 아파트 전세 물건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 시세 등 현실에 맞게 주거안정책의 지원 한도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한빛 기자(hanv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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