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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FDA가 한국 진단키트 사전승인?... 외교부의 뜬금없는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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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진단키트 수출 과장 논란 열흘만에

정부 "미 국내 진단키트 FDA승인" 자랑

업계, 이미 수출 중인데... "정부 발표 이상해"

강경화 외교 장관, 이 상황을 알고 있을까

조선일보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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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 진단키트가 미 식품의약국(FDA)의 ‘사전 승인’을 받았다는 외교부의 공식 발표가 논란이다. 의약·보건업계는 29일 “외교부가 말한 ‘사전 승인’이란 용어조차 들어보지 못했다”며 외교부 발표 내용의 진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한국 방역이 세계 최고”라고 자화자찬성 홍보를 하기 위해 아직 완료하지도 않은 진단키트 승인 추진 건을 ‘사전’이란 말을 붙여 발표하는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외교부는 지난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 현지시간 3월 27일(금)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업체 3곳의 제품이 미 FDA 긴급사용승인 절차상 사전승인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번 FDA 사전승인을 획득함으로써, 해당 국산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하다”고 했다. 외교부는 이어 “금번 우리 국산 3개 진단키트 제품의 FDA 사전 승인이 이례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의미 부여를 했다.

하지만 FDA 공식 홈페이지에는 29일 오후 3시 30분 현재 코로나19 진단키트의 ‘긴급사용승인(EUA) 허가 리스트’에 국내 업체가 없다. 앞서 솔젠트, 랩지노믹스, 코젠바이오텍 등은 미 FDA에 코로나 진단키트의 EUA를 신청했지만 아직 결과를 받지 못했다.

외교부는 이번 발표에서 마치 정부의 노력으로 ‘사전 승인’이 나와 국내 진단키트의 미국 판매가 가능해진 것처럼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일부 국내 업체는 미국 등 각국에 진단키트를 수출하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 씨젠은 FDA 허가는 받지 못했지만, 미국 실험실 표준인증인 ‘클리아(CLIA) 인증’을 받은 연구소를 통해 미국에 수출 중이다. 클리아 인증을 받은 연구소는 자체 판단에 따라 FDA 허가 없이 일부 품목을 사용할 수 있다. 미 LA 시의회 등에서도 씨젠으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구매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씨젠 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외교부가 발표한) ‘사전승인’이라는 절차나 단계에 대해선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이번 발표로 국내 일부 주식 종목의 주가가 요동치는 등 주식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줘 각종 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불명확한 발표로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어려운 소액 주주들이 불필요한 피해를 입게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선일보

국내 코로나 진단키트가 미 FDA 사전 승인을 받았다는 내용의 외교부 공식 보도자료.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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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청와대는 지난 17일 “국내 생산 진단 키트를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이 발표 직후 해당 수출업체가 자진해 “계약 물품은 진단 키트 중 일부인 수송용기”라고 해명해 ‘발표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졌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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