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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소년 애독자 장군 되어 '샘터' 부활 사령부 맡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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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월간 ‘샘터’ 이붕우 고문

한겨레

월간 <샘터>가 최근 창간 50돌 기념호인 2020년 4월호를 ‘무사히’ 발행했다. ‘문화교양지 최초 통권 602호, 월 최다 발행 부수 50만부, 최장 연재 기간 421개월, 월 최다 독자투고 2000통, 누적 필자 연인원 4만명 등등.’ 국내 최장수 문화교양잡지 <샘터>가 50살 자축호에서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기록들이다. 여기에 빠진 게 있다. 독자들이 폐간 위기에서 되살린 ‘부활의 잡지’라는 사실이다.

<샘터>는 지난해 10월 경영난으로 2019년 12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한다는 ‘비보’를 알렸다. 그러자 2500여명이 새로 정기구독을 신청하고, 우리은행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6개월간 5천만원의 광고 후원을 약속하는 등 각계 성원이 답지했다. 그 덕분에 <샘터>는 보름 만에 “샘물처럼 기쁜 소식”을 다시 알렸다.

“멀리 외국에 사는 동포가 수표를 보내오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가 거액을 기탁하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어요. ‘선의의 물결’이 파동치며 추억의 <샘터>를 살린 거죠. 한때 군인이었던 저도 미력하나마 그 선의에 투지를 보태고자 합니다.”

이달 초 샘터사 고문을 맡은 이붕우 전 국방홍보원장의 각오를 25일 들어봤다.

그는 샘터사의 두 번째 고문이다. 초대 고문은 1970년 <샘터>를 창간하고 2016년 작고 때까지 발행인의 글을 썼던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다. 반백의 고개를 넘어 백 년을 향해 새 출발을 하는 시점인 만큼 ‘고문의 자리’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30년간 군 생활을 했던 예비역 준장인 그의 이력과 인문잡지사 경영의 접점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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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년이었던 중학생 때부터 <샘터>를 읽으며 자랐고, 1980년대 초반부터는 장병 위문잡지로 전 부대에 나눠줘서 내내 친숙한 애독자였어요. 그보다 직접적인 계기는 김성구 대표의 간곡한 요청 때문이었죠.”

김 대표와 그는 2000년대부터 미국 미주리대 동문 모임을 통해 만나 ‘친구처럼’ 가까이 지내왔다. 김 전 의장의 막내아들인 김 대표는 미주리대학원을 나와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1995년부터 샘터사를 물려받아 운영해왔다. 이 고문도 중령 시절인 2004~05년 미주리대에서 연수했다.

“한때 50만부를 자랑한 구독자가 2만 부대로 줄어들어 해마다 3억씩 적자가 쌓이는 상황을 전해 들어 알고 있었어요. 그러다 2014년 말 준장으로 퇴역한 뒤 김 대표 권유로 인생을 되돌아보는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2016년 자전 에세이 <소년과 장군>을 샘터사에서 낸 인연으로 좀 더 진지하게 김 대표를 도울 방법을 고민하게 됐어요.”

김성구 대표 요청에 고문 맡아

정훈 분야 활약한 예비역 준장

전역 뒤 국방홍보원장 지내기도

샘터사서 ‘소년과 장군’ 낸 인연

“50년 쌓인 애독자가 소중한 자산”


폐간 위기 딛고 최근 50돌 기념호

이 고문은 1959년 강원도 횡성군 안흥의 시골 마을에서 2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바로 이듬해 아버지를 여읜 그는 열한 살 때 어머니마저 돌아가시는 바람에 순탄치 않은 성장기를 보내야 했다. 1978년 전액 국비였던 금오공고를 졸업한 뒤 그 시절 2년간 일시적으로 육사 입학 기회를 줬던 화랑하사관 2기로 육군 하사를 거쳐 80년 육사 40기 생도가 됐다.

7살 때 ‘버스 운전수’가 꿈이었던 소년은 어머니가 남긴 한마디, ‘1등 한 번 해볼래?’를 가슴에 품고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개척해 2012년 마침내 장군이 됐다.

이 고문은 군 시절 국방부 장관 연설문 담당(2001), 합참 공보실장(2010~12), 육군 정훈공보실장(2012~14) 등을 맡아 주로 정훈 분야에서 복무했다. 2016년에는 국방홍보원장도 지냈다. 국방홍보원은 국방부 소속 군 홍보기관으로 <국방일보>와 <국방티브이(TV)>, <국방에프엠(FM) 라디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넓고 깊은 대인관계와 홍보 경험을 지닌 이 고문님에게 대외 협력을 통한 <샘터>의 새로운 발전을 기대합니다.”(김성구 대표)

이제 ‘2인3각’을 이룬 두 사람은 ‘50년 추억의 콘텐츠 재생과 디지털 서비스, 회원제 도입’을 함께 구상하고 있다. “국방홍보원장으로서 연 320억의 예산과 300여명의 직원을 관리하며 빛의 속도보다 빠른 미디어환경의 변화를 실감했어요. 뉴미디어의 효과를 확인하기도 했고요. 물론 공공기관이어서 이익 창출 고민이나 부담은 없었지요. 하지만 폐간 위기 때 확인했듯, <샘터>에는 50년 켜켜이 쌓인 애독자라는 소중한 자산이 있어요.”

이 고문은 주독자층인 5060세대에게 추억어린 옛글을 소환해서 다시금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충성도 높은 독자들을 회원으로 엮어서, 온·오프라인 어디서든 자유롭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 대표도 “‘행복은 권리이자 의무’라는 창간 가치를 장점으로 삼아 웹툰, 전자책, 영화 시나리오 등 2차 콘텐츠 제작사들의 협업 제안에 적극 호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옹달샘. 작고 오목하여 화려하지 않은 곳.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 세상살이에 서툴고 두려움에 떠는 이도 와서 생명수를 마시고 힘과 용기를 낼 수 있는 곳. 더 크고 더 넓고 더 깊은 생명의 바다로 희망여행을 시작하는 곳. 두려움을 떨쳐내고 용기와 행복을 시작하는 곳. 바로 샘터지요.”

이 고문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샘터> 50살 생일을 맞는 소감과 각오를 밝히며 이렇게 마무리했다. “그 끝이 저도 궁금합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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