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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무제한 돈풀기’ 나선 금융권… 한은, 석달간 50조 이상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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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발 경제위기 극복 총력전 / 금융위기때보다 더 큰 충격 예상 / 당시보다 자금공급 2배 이상 ↑ / 한·미통화스와프자금 120억 달러 / 31일 국내 금융기관에 공급 예정 / 산은, 4월부터 회사채 인수시작 / 채안펀드도 4월 2일부터 가동 / 市銀도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

세계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극복하기 위한 금융권의 행보가 가파르다. 한국은행은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600억달러 중 1차분 120억달러를 31일 시중에 공급하고,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침을 통해 석 달간 50조원이 넘는 자금을 시중에 긴급수혈한다. 시중은행들도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소상공인에게 초저금리로 대출을 내준다. 금융당국은 기업에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하고자 국제 금융사 규제인 바젤Ⅲ 최종안 시행 시기를 6월로 앞당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31일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120억달러를 국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대출한다. 입찰 이후 금융회사에 실제 돈이 풀리는 시점은 4월 2일이다. 금융사별로 최대 응찰금액을 7일 만기 대출의 경우 3억달러, 84일 만기 대출은 15억달러로 한정해 자금이 시중에 고루 풀리도록 했다. 한은은 외화대출액의 110%를 담보로 받는다. 담보물은 국채, 정부보증채, 통화안정증권을 우선시하되 부족하면 은행채, 한국주택금융공사 발행 주택저당증권(MBS), 원화 현금도 인정할 수 있다고 한은은 밝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그해 10월부터 5개월간 총 28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던 한은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엔 석 달간 50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11년 전 금융위기 때보다 유가증권 시장 규모가 훨씬 커진 데다 경제충격도 과거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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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24일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채권시장안정펀드 규모를 2008년 대비 2배로 늘린 최대 20조원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투입한 자금이 2배인 만큼 한은이 이번에 긴급 수혈하는 자금도 금융위기 대비 2배로 늘어난다고 보면 투입해야 할 유동성 예상액은 56조원에 달한다. 기업의 자금난 심화로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시장의 신용경색이 더 악화할 경우 유동성 공급액은 이보다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은 1997년 외환 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하지 않은 전례 없는 조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2022년 1월로 예정됐던 바젤Ⅲ 최종안의 시기를 1년 반 앞당긴 올해 6월부터 은행권에 적용한다. 은행권이 자본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덜고 코로나19 사태로 돈줄이 막힌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바젤Ⅲ 최종안은 중소기업 대출의 위험가중치와 일부 기업대출의 부도 시 손실률을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은행의 위험가중자산 산정 시 신용등급 없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현재의 100%에서 85%로 하향한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기업대출에 대한 자본규제 준수 부담이 줄어 기업 자금을 더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당국은 바젤Ⅲ 최종안을 시행하면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을 중심으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1~4%포인트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은행도 내달부터 1조9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인수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회사채 차환 발행분을 산은이 직접 매입하는 방식이다. 차환은 기존에 발행한 채권을 만기에 새로 발행한 채권으로 갚는 것을 말한다. 회사채 등급 A 이상이거나 코로나19 여파로 등급이 하락한 기업 가운데 투자등급(BBB- 이상)이 대상이다. 산은은 기업은행과 함께 2조원 규모의 CP 매입에도 나선다. 산은 등은 일단 30일부터 회사채 차환·CP 매입 수요조사를 하고 4월부터 본격 매입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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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원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 펀드도 다음달 2일부터 가동된다. 회사채, 우량기업 CP, 금융채 등이 대상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실제 돈을 내는 ‘캐피털 콜’ 방식으로 운영된다. 출자 금융회사의 유동성 등을 고려해 1차 캐피털 콜은 3조원 안팎이다.

시중은행들도 다음달 1일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기존 대출에 대해 3000만원까지 연 1.5%의 금리로 담보나 보증이 필요없는 신용대출을 해준다. 대출규모는 3조5000억원. 그동안 소상공인진흥공단과 기업은행에서 해오던 초저금리 대출을 이번에 시중은행으로까지 확대했다. 시중금리와 차이를 정부가 80% 지원하는 이차보전 대출이다. 나머지 20%는 은행이 자체 부담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취약계층 금융 부담 완화 방안의 하나로 코로나19 피해로 빚을 못 갚게 된 소상공인의 신용회복을 위해 연체 채권을 최대 2조원어치 매입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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