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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조용헌 살롱] [1238] 폐렴의 폐(肺) 자에 대한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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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용헌


사람의 얼굴에서 코는 천기(天氣)를 흡입했다가 내뿜는 기능을 한다. 입은 지기(地氣)이다. 땅에서 자란 곡식과 채소, 고기가 인체로 들어가는 입구이므로 지기가 들어간다고 본다. 천기를 흡입하는 코는 관상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자존심, 줏대, 재복을 상징한다. 코가 너무 크면 지나치게 자존심과 자기주장이 강해서 돈을 버는 데 장애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비굴하게 자기를 속이는 일은 적다. 추운 지방 사람들의 콧구멍은 작은 편이고, 더운 지방의 콧구멍은 큰 편이다. 냉기와 더운 기운을 조절하는 진화 과정에서 이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 코를 통하여 흡입된 천기와 공기는 오장육부 가운데 폐(肺)로 들어간다.

그런데 '肺' 자가 흥미롭다. 육달월(月)에 시장 시(市) 자가 결합된 글자가 아닌가. 오장육부(五臟六腑)의 장부(臟腑)라는 글자에 육달월이 모두 붙어 있는 것은 인체의 장기가 하늘의 달[月]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암시한다. 인체는 달의 영향을 생각보다 많이 받는 것이다. '市' 자가 들어간 이유는? '폐'라는 것이 하늘의 천기를 이리저리 유통하고 배분하는 시장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한때 재벌가 오너들이 폐암에 많이 걸렸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사업가들은 간대폐소(肝大肺小)의 태음인 체질이 많은 편이다. 간이 크므로 술이 센 체질이다. 사상체질론에 의하면 간이 크면 폐는 작게 되어 있다. 두 개가 다 클 수는 없다. 그러지 않아도 폐가 작은데 믿었던 부하 직원이 돈 가지고 튀어 버리거나 30년 지기가 배신을 때려 버리면 이 폐 기능에 타격을 준다. 사업가는 배신을 많이 겪는 직업이다. 인간에 대한 배신과 환멸을 겪으면 깊은 슬픔이 오고, 이 깊은 슬픔이 폐에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코로나 전염병도 폐렴에 해당한다. 폐 기능에 타격을 주는 증상이다. 천기를 호흡해서 몸 전체에 배분하는 시장[市]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는 셈이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전 세계의 시장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우선 비행기가 뜨지를 못하고 있다. 천기를 통과해서 인간들의 이동, 왕래를 직접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비행기인데 이 비행기가 스톱되어 있는 것이다. 시장과 상점들도 문을 닫고 유통 왕래를 금하고 있다. 폐렴은 시장경제의 마비를 불러왔다. 폐렴으로 인체 폐장의 시장 기능이 마비되니까 세계의 시장경제가 마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가 서로 상응하는 이치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조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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