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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사설] ‘온라인 개학’ 치밀한 준비로 교육현장 혼선 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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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 이후 원격수업 불가피 / 기본장비 부족한 학교 수두룩 / 계층 간 디지털 격차 해소해야

세계일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교육부가 4월6일 초·중·고 온라인 개학을 검토하고 있다.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르면 오늘 개학 시기를 발표한다. 1학기 전체를 온라인으로 원격수업을 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학부모뿐 아니라 교사들도 '4월6일 개학’에 부정적이다. 정세균 총리와 시도교육감 간담회에서도 ‘4월6일 개학 반대’가 중론이었다고 한다.

정 총리는 “방역 안전성과 학습권 보호 원칙을 균형 있게 고려할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정책 결정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할 때다. 미성년자 확진자가 닷새 사이에 41명 늘어 총 600명을 넘어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학교가 집단감염의 또 다른 진앙이 될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온라인 개학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지난 23일 개학한 싱가포르는 유치원에서 18명이 집단 감염되자 모든 공립유치원을 나흘간 폐쇄한 데 이어 내달 1일부터 모든 학교에 대해 일주일에 한 번씩 재택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도록 했다. 대만도 고교 같은 반 학생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자 해당 학교를 휴교 조치했다. 정부는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나라들도 학교 내 감염을 막는 데 한계가 있던 것을 반면교사 삼아 같은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는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일부 특수목적고는 이미 100% 온라인 수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반 학교는 와이파이나 웹캠 등 기본 장비조차 설치되지 않은 곳이 수두룩하다. 교육 당국은 전수조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장비가 부족한 학교에 지원을 하는 등 온라인 수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앞으로 일주일 남짓 남았지만 온라인 수업 환경 완비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서둘러야 한다.

자칫 온라인 수업이 졸속으로 실시돼 수업의 질이 저하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교사들이 온라인 수업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을 만큼 프로그램 사용법을 숙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컴퓨터·모바일 환경을 갖추지 못한 저소득층·농어촌 학생이 13만여명에 달하는 마당이다. 학교 시간표에 맞춰 학습관리를 해줄 보호자가 없는 학생들에 대한 지원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온라인 교육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디지털 환경 격차에 따라 상위계층과 취약계층 학생 간 지식 격차가 벌어지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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