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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매경시평] 팬데믹 이후, 미래를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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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 등으로 확산하면서 전 세계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 제한 때문에 부서진 공급망과 수요, 이에 따른 매출 감소와 실업 우려 때문에 전 세계 금융 시장이 불안하다. 각국은 전례 없는 규모의 추경 예산을 편성해 목전의 불을 끄느라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하지 않았던가. 다행히 우리는 유럽과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로 들어서고 있다. 3월 28일에는 완치 환자 수가 격리 환자 수를 앞질렀다.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제 코로나19 이후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주요 선진국을 전염시킨 코로나19 이후의 세계가 그 이전과 같을 수 없다. 세계사적 변곡점이 만들어진 것이다. 변곡점은 혁신가, 혁신기업, 혁신국가에 기회를 가져다 준다. 파괴와 수축의 이면에 창조를 위한 새로운 공간이 생겨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추진해온 4차 산업혁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는 공유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우버, 리프트의 주가가 급락하고 에어비앤비는 손실이 불어남에 따라 신규 고용과 마케팅을 중단했다.

한때 500억달러로 평가됐던 위워크는 작년 말 그 가치가 80% 급락하더니 공유 사무실을 꺼려하는 추세 때문에 감원을 지속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도 약속했던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반면 재택근무와 온라인 인터넷 강의가 일상화하면서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가 부각되고 있다. 원격 화상회의, 배달 서비스가 대표적 예다. 나스닥에 상장된 줌은 폭증한 수요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주가가 2배로 뛰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대면 회의가 주종을 이루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원격 회의를 일상화한 지 오래됐다. 우리도 이런 대면 회의 문화를 바꿀 때도 됐다. 대면 회의 한 번에 원격 회의 몇 번 하는 업무 방식은 글로벌 기업들에는 필수적인 업무 방식이다.

온라인 인터넷 강의는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왔다. 스탠퍼드대는 1980년대부터 산업체 근무 학생들의 원격 수강을 위해 인터넷 강의를 제공해왔다. 온라인과 대면 강의 결합도 가능하다. 이런 환경을 바탕으로 앤드루 응, 대프니 콜러 교수가 MOOC 기업 코세라를 탄생시켰다. 온라인 교육 방식을 초·중·고 교육에도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단기적 수축은 있겠지만 디지털 혁신은 전 세계적으로 가속할 것이다. 전염병에 대처하는 병원과 산업 현장에서 로봇과 데이터 기반 자동화가 절실히 필요했지만 현장 적용에 모자란 부분이 많았다. 기업은 전염병과 같은 외부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 혁신할 것이다. 또한 백신 개발 과정에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을 적용하고자 하는 노력은 가속할 것이다. 이 외에 효율성만 따지며 글로벌화를 추진했던 기업들은 분산된 생태계에서 지역 자율성을 가진 체계를 갖추기 위해 새로운 디지털 솔루션을 필요로 할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벌써 코로나19 이후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은 경기 수축기에 대비해 내실을 다지기 시작하고, 벤처캐피털들은 낮아진 밸류에이션으로 훌륭한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경쟁 기업이 무너지면 살아남은 기업은 크게 성공할 수 있다.

국가는 코로나19에 대한 단기적 처방을 넘어 개개인이 위기를 극복해 스스로 미래를 선도하는 인재로 변신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의 혁신에 투자해야 한다. 또한 이런 인재들이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을 만들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드러난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히 제거하자. 이것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는 혁신 국가의 역발상 전략이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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