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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팀장칼럼] 불안한 국채금리 상승, 정책당국 책임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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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우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쇼크는 세계 최고 안전자산이라는 미국 국채 가격(금리)을 롤러코스터로 만들고 있다. 지난 9일 사상 최저치인 0.59%까지 떨어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9일 1.15%까지 급등한 후, 27일엔 다시 0.68%로 내려왔다. 제로 금리, 무제한 양적완화 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완화 조치가 나오면 금리가 급락하고, 코로나 공포가 불거지면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은 상황이 좀 더 혼란스럽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0bp(1bp=0.01%p) 내리는 ‘빅 컷(big cut)’을 단행해도, 국채 금리 상승세는 계속됐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3월초에 비해 최대 40bp 상승했다. 국채 3년물과의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60bp로 20일 동안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장기 금리 상승으로 인한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확대는 경기가 좋아질 때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코로나 사태로 올해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과는 맞지 않다. 경기 침체기에는 장기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는 게 정상이다. 이와 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정상적인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6일 금융사에 대한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금리 하락은 그날 하루뿐이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그 다음날(27일) 전일대비 3bp 올랐다. 한은 관계자들이 ‘사실상 양적완화’로 이름붙인 파격적인 정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우리나라 국채 금리는 국가 신인도 등을 감안하면 유달리 높은 수준이다.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1.532%)는 미국, 영국(0.44%), 호주(0.96%) 등 주요국은 물론이고 싱가포르(1.405%), 태국(1.43%) 등 아시아 국가 국채보다도 높다. 은행 대출금리와 기업 회사채 발행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국채 금리가 높게 형성되면 각종 경기부양 정책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시중금리가 내려오지 않으면 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속에서도 가계와 기업이 높은 자금 조달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이로 인해 소비와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구축효과가 발생한다.

한국 국채 금리의 고공행진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 한박자 늦은 한은의 통화 정책 등이 두루 작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의 금리상승은 지난해 30조원 수준이었던 적자국채 발행규모가 올해 70조원 이상으로 급증한 게 결정적인 원인이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표방하며 복지예산을 큰 폭으로 늘린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위해 2차 추가경정예산편성 등을 예고하고 있는 게 채권시장에 수급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2차 추경액은 대부분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채권시장에서는 2차 추경 등으로 인한 마찰적인 금리상승을 최소화하려면 기획재정부가 현재의 국채발행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재부는 올해 연간 국채발행액의 60%를 10년물 이상의 장기물로 조달하려고 했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시중자금이 단기화되면서 이런 계획은 실행되기 어려워졌다. 이를 인정하고, 국채 3, 5년물의 발행 비중을 늘리는 게 효율적이다. 경기침체가 이미 가시화된 상황에서 경기반등을 전제로 작성한 국채발행계획을 고집하는 것도 어색한 일이다. 최근 기재부는 국채 소화를 위한 몇몇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국채 발행계획을 변경하라는 시장의 요구에는 침묵하고 있다.

전염병이 경제를 마비시키는 현재 상황은 전대미문의 위기다. 이럴 때일수록 정책 당국자들은 시장과의 소통에 힘써야 한다. 지금은 작은 판단 착오가 경제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군대에서는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격언이 있다. ‘시장과 불통한 정책 당국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정원석 정책팀장(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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