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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거장들이 드로잉에 숨겨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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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 마스터 클래스

가이 노블 지음, 마로니에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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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위대한 예술이 그렇듯, 쉬워 보이는 결과 뒤에는 어렵게 얻은 기량과 보기 드문 기술이 숨어 있다.” (116쪽)

화가 겸 교사인 저자 가이 노블의 이 표현은 ‘드로잉(drawing)’의 가치를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드로잉은 종이에 연필이나 펜으로 그리는 단순한 행위로 보이지만 예술가들이 더 큰 그림을 구상하고 계획하는 기반이 되며, 걸작을 창조하는 핵심이 되기도 한다. 신간 ‘드로잉 마스터 클래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480년대에 그린 드로잉부터 미켈란젤로, 피카소 등 세계 최고의 예술가들이 그린 100개의 드로잉을 선별해 그 기법을 분석하고, 해박한 지식을 가미해 조언까지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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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수록된 가장 오래된 작품인 다빈치의 ‘소녀 두상을 위한 습작’은 얼굴의 곡면을 따라 빛이 다르게 퍼져 나가는 변화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 왜 드로잉을 그 자체로 완벽한 작품이라 부르는지 그 이유를 알려주는 그림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1999년에 그린 ‘씨 뿌리는 사람’의 드로잉은 작가 특유의 달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풍경의 리듬과 움직임을 마치 지면 위를 흘러가는 물 같은 펜 자국으로 변화시킨 반 고흐는 대지를 우리가 항상 봐오던 모습이 아니라 느껴왔던 모습으로 제시한다”는 저자의 분석처럼 화가가 포착한 찬란한 장면은 보는 사람의 넋을 빼놓을 정도다. 반고흐는 장 프랑수아 밀레의 영향을 받아 ‘씨 뿌리는 사람’이 보여주는 구원의 상징성과 삶의 순환에 빠져들었고, 같은 주제로 드로잉만 30점 이상 그렸다. 갈대펜에 잉크를 찍어가며 그린 드로잉에서 “하늘은 빛으로 따끔거리는 듯하고, 멀리있는 옥수수밭은 머리빗의 살 모양 같으”며 성큼성큼 걸어나가며 씨를 뿌리는 남자의 두 다리는 이 모든 에너지의 원천인 양 힘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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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은 작가의 특성은 물론 그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도 보여준다.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대표작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일명 ‘올빼미들’)의 습작을 보면 표현이 명료한 그의 유화와 달리 형체를 단순화 시켜 넓은 색 지대로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새로운 미술 동향을 탐구한다며 유럽을 몇 차례 방문한 호퍼에게 가장 감동을 준 작품은 렘브란트의 ‘야경’이었다. 호퍼의 드로잉은 그가 “렘브란트에게 한 수 배워 이미지의 구조에 빛을 통합시켰”음을 드러낸다. 화가는 형체를 간략화 했지만 건물 쪽으로 비친 가느다란 빛줄기를 놓치지 않았고 이를 선으로 구현하면서 침묵과 고요의 분위기까지 조성했다. 2만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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