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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총선 후보가 동네 맛집 '먹방'···너도나도 유튜브 채널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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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에 피는 봄꽃 중에는 ‘민주주의의 꽃’도 있다. ‘선거’라고도 부르는 이 꽃은 4년마다 피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상 현실에 만개하는 중이다. 온라인 공간에서만큼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아도 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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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호중(왼쪽) 선대본부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홍보·유세 콘셉트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슬로건을 공개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화영 당 선대위 유세본부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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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29일 4·15 총선 선거운동 콘셉트를 ‘차분한 유세’로 정했다. ‘국민을 지킵니다’ ‘코로나 전쟁 반드시 승리합니다’를 슬로건을 내건 민주당은 전국 초·중·고교 개학 예정일인 내달 6일 전까지 온라인 유세에 집중하고, 6일부터는 상황에 따라 오프라인 유세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공감과 책임의 언어 ▶온라인 강화 ▶스마트 콘텐트 활용 ▶정의롭고 공정한 선거운동 등 선거운동 매뉴얼도 마련, 각 지역구 후보들에게 보냈다.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종결을 위한 결의안’에도 이번 총선과 관련한 조항이 담겼다. ‘대면 접촉 선거운동은 자제하고, 온라인 선거운동을 활성화할 것을 촉구한다’(1조)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미래통합당도 비대면·온라인 선거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오프라인 선거운동도 진행하되, 방점은 적극적 유세보다는 ‘조용한 지원’에 찍는다는 전략이다. 이진복 통합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지역 감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지원 유세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세보다는 선거사무소에 가서 격려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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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서울 광진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9일 오후 같은 당 박성준(서울 중-성동을) 후보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 고민정 후보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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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선거운동의 중심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한 ‘온라인 선거사무소 개소식’은 물론 카카오톡 채널을 통한 ‘딜리버리 유세’까지 그 방식은 다양하다.

고민정(서울 광진을) 민주당 후보의 유튜브 채널 ‘고민정TV’는 지난 3일 개설된 뒤 구독자수 6만명, 총 조회수는 102만회를 넘어섰다. 지난 4일 ‘온라인 출정식’을 시작으로, 28일까지 출마 선언, 공약 발표, 타 후보와 ‘합방’(합동방송) 등 30개의 영상을 올렸다. 지난해 1월 개설된 오세훈(서울 광진을) 통합당 후보 채널의 구독자 수(5만8100명)를 뛰어넘었다. 강훈식(아산을) 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20일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전하기 위해 카카오톡 채널을 열었는데, 한달 사이 4000명이 넘는 구독자가 몰렸다. 강 후보 측은 이 계정에 유튜브 영상도 함께 홍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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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총선에서 인천 계양구을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인천 남동구갑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유정복, 인천 연수구을에 출마하는 정의당 이정미 후보가 지난 26일 오전 인천시 계양·남동·연수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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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호(김포을)·유정복(인천 남동갑)·천하람(순천-광양-곡성-구례갑) 등 미래통합당 후보들도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페이스북 생중계로 대체했다. 역대 선거사무소 개소식은 정치권 인맥을 동원한 세 과시에 활용되는 측면이 강했지만, 코로나19는 그들을 모두 동영상 상자에 가뒀다. 후보 응원을 위한 축사 등도 모두 영상 메시지로 대체됐다. 예정대로 오프라인 개소식을 강행한 일부 후보는 지역 주민의 눈총에 시달려야 했다.

온라인 선거운동의 타깃은 구독자다. 아무리 많은 콘텐트를 올려도, 정작 보는 사람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어서다. 구독자들은 주로 핵심 지지층이지만, 이들이 퍼나르는 링크는 입소문보다 빠르게 전파되기도 한다. 고민정 후보 캠프 가민경 공보팀장은 “온라인 유세는 전방위적이라는 게 특징”이라며 “20대 자원봉사단이 영상 작업을 도맡지만, 의외로 반응은 50·60대에서 뜨겁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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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석(고양을) 정의당 후보는 지역구에 위치한 식당을 찾아 홍보하는 '골목식당' 콘텐트를 올리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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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도 등장했다. 박원석(고양을) 정의당 후보는 ‘박원석의 골목식당’이라는 콘텐트를 통해 지역구에 위치한 식당을 홍보한다. 단순 메시지 전달을 넘어 소구력이 큰 ‘먹방’을 활용해 얼굴을 알리는 한편, 지역 상권 민심도 얻겠다는 ‘일거양득’ 전략이다. 권영세(서울 용산) 통합당 후보도 자신의 블로그에 ‘용산 맛집 소개’ 게시판을 만들었다. 지난달 14일부터 꾸준히 올린 중·소규모 식당 음식 게시물은 20개에 이른다.

디지털 시대라지만 온라인 선거운동은 대면 접촉의 ‘감동’을 넘어설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얼굴을 알리는 일이 급선무인 정치 신인에게는 어느 때보다 불리한 환경이다. 코로나19로 활동 반경에 제약이 생겨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후보자 등록 명부에 따르면, 입후보 이력이 없는 후보자는 민주당 70명, 통합당 63명으로 미세하지만 민주당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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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나흘 앞둔 29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유세차량 제작업체에 제작 중인 유세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유세차는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는 내달 2일부터 도로를 달릴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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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관련 여론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일부 후보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선거 전체 판세가 흔들리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최근 고영인(안산 단원갑) 민주당 후보가 당내 경선 승리 후 선거사무소에서 술을 곁들인 축하연을 열었다가 중앙당으로부터 ‘엄중 경고’ 처분을 받은 게 단적인 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 최고위원회에선 후보 교체 의견도 나왔지만, 타 지역에 미칠 여파를 우려해 수위를 완화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후보도 있다. 김용판(대구 달서병) 통합당 후보는 부인이 지난 25일 확진 판정을 받아 2주 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김 후보는 선거운동 시작(내달 2일) 후에도 일주일 동안 집에서 나올 수 없게 됐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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