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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https' 차단에 n번방 나왔다? 전문가 "놔뒀으면 인터넷도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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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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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넷→불법 웹하드→다크 웹→텔레그램 n번방 ‘풍선효과’가 불법 성착취 동영상 문제에서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체포를 기점으로 불거진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이 문제점을 부각시킨 계기가 됐다. 1999년 시작돼 성착취 동영상의 원조격 사례로 꼽히는 소라넷은 2016년 폐쇄됐지만 오늘날 텔레그램 n번방으로 재탄생했다.

실제 텔레그램 n번방을 운영했던 ‘갓갓’은 “소라넷의 계보를 잇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조주빈을 검거하고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한국 사회에서 불법 성착취 동영상 문제를 뿌리 뽑을 수 있을지에 대한 자조적인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https 차단 정책 시행해 텔레그램 n번방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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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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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가 검거된 후 의문점으로 등장한 것 중 하나는 정부가 지난해 시작한 ‘보안접속(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문제다.

지난해 2월 정부는 성착취 영상이나 도박, 저작권 침해 등 불법 유해 사이트를 막기 위해 ‘보안접속(https) 차단’ 정책을 발표했다. 앞서 http를 사용하는 불법 사이트에 대해 URL 차단 방식으로 막아왔으나 운영자들이 단속을 피하려 모든 통신 내용을 암호화해 저장하는 https로 이동하자 새로운 방식을 꺼내든 것이다.

이때 등장한 SNI(Server Name Indication) 필드 차단 기술은 암호화되기 전 잠시 노출되는 서버 이름을 확인해 접속을 차단하는 기술인데, 이로 인해 “정부가 검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합법·불법을 따지지 않고 성인물 사이트 자체를 막아 버렸다”며 반대하는 여론이 일었다. 최근 텔레그램 n번방 문제가 불거지자 일각에선 “정부가 ‘https 차단 정책’을 시행해 성인물을 볼 수 없어지자 텔레그램 n번방이 만들어지게 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를 보는 전문가의 시각은 달랐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포르노 사이트 자체를 폐쇄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대중에게 잘못 전달된 정보”라고 반박했다. 그는 “https 차단 정책은 모든 성인물이 아닌 불법으로 제작ㆍ유포된 성착취물이 있는 콘텐트를 차단하는 정책”이라며 “공식적인 보고서는 없지만, 정부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물론 해당 기술이 텔레그램에서 유통되는 성착취물까지 차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지난해 https를 도입하지 않고 놔뒀으면 인터넷상에서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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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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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발달하는 기술은 범죄자가 제일 먼저 이용한다”며 수사기관의 기술 추적 역량을 강조했다. 다만 “불법 성착취물의 경우 외국에 서버가 있어도 대부분 금전적인 대가를 제공해 증거가 남는다. 지난해부터 n번방 이슈가 보도됐는데 수사기관이 이 문제에 보다 집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성범죄 처벌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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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n번방 사건 관련자 강력처벌 촉구시위 및 기자회견'에서 신종 디지털 성범죄 법률 제정 및 2차 가해 처벌 법률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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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인 해결책 외에도 성착취 문제에 가담한 이들에 대한 처벌 강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용화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성착취 제작ㆍ유포가 반복되는 건 법이 허락하는 범주 내에서 해석의 폭을 넓혀야 하는데 이를 소극적으로 판단하는 사법부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성착취물을 돈을 주고 샀든 무료로 받았든 불법으로 이뤄진 영상을 갖고 있다는 건 종범이 아니라 공범의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인권센터 자문위원인 박찬성 변호사는 “법원에서 성폭력 피고인을 판결할 때 원칙적으로 신상 공개나 신상 고지 명령을 붙여야함에도 예외사유를 인정해 이게 따라오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하는 부분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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