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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기자의눈]300억 상생 나선 배민 '식사쿠폰'의 착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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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 방문자 센터의 모습. 2019.12.1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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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우아한형제들 사원증 뒷면에는 직원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사진이 담겨있다. 가족사진이 주를 이루지만 연인, 반려동물 등의 사진을 넣는 직원도 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는 '사람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그는 우아한형제들 복지 마련을 위해 '행복'과 관련한 책을 모조리 읽었다고 한다. 그 결과 행복은 가족과의 관계에서 나온다고 생각해 '가족의 행복'을 기반으로 복지제도의 틀을 마련했다.

일례로 우아한형제들은 주 4.5일제로 일한다. 월요일은 전 임직원이 오후 1시에 출근하는데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쓰라는 의미에서다. 또 우아한형제들에는 인사팀 외 '피플팀'이 있다. 이 팀은 임직원을 보살피는 업무만을 담당한다.

이처럼 독특한 복지와 마케팅 능력 덕분에 우아한형제들은 대학생들에게 '가고 싶은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기자는 최근 우아한형제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내놓은 지원대책을 보며 우아한형제들의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비단 사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최근 우아한형제들은 Δ업주당 최대 30만원 한도 내에서 3~4월 광고비·수수료 50%(약 250억원) 환원 Δ사회취약계층에 30억원 규모 식사쿠폰 지원 Δ의료지원단·자원봉사자식료품 20억원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놨다.

언뜻 보기엔 여느 기업과 다를 바 없는 지원책같지만 배민의 식사쿠폰에는 '특별한 배려'가 감춰져 있다. 취약계층이 배민에게 받은 식사쿠폰을 사용해도 주문을 받은 음식점에서는 이를 알 수 없도록 한 것. 지원쿠폰을 쓰는 이들의 '가난한 처지'를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되게 세심하게 배려한 조치다.

기자도 대학생 시절 참여한 봉사활동에서 만난 학생들이 아니었으면 '배민의 배려심'을 간파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중국 단기 연수 프로그램 인솔교사로 활동한 기자는 기초생활수급, 차상위계층, 한부모 가정 자녀들을 돌봐야 했다.

참가자의 99%가 태어나서 첫 해외여행이었다. 호텔에 구비된 세안용품이 '무료'라고 말해도 쓰지 않고 "가족과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고이 모셔두던 아이들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공항 세관을 통과하기 전 한 아이가 가방에서 꺼낸 '물러터진 바나나'도 잊지 못한다. 행사 첫날 간식으로 제공된 바나나를 한국에 있는 동생에게 주려고 가방에 한참을 넣어둔 아이였다.

차츰 친해진 아이들이 마음을 열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이 "저는 제 가난을 알리고 싶지 않은데 주변 환경이 제 처지를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사춘기로 한창 예민한 10대 아이들은 의도치 않은 주변의 시선에 생채기가 나고 있었다. 배고픈 것보다 부끄러운 게 더 싫다는 솔직한 고백이다.

이런 마음을 우아한형제들은 어떻게 알고 누구도 지원쿠폰을 이용했는지 알 수 없도록 했을까. 상대의 마음을 읽는 배려심 덕분일 것이다. 오늘의 배민을 만든 '김봉진식의 마케팅 성공 신화'도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에 기반한다. 선심성 '돈'만 쓰는 게 아니라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며 '마음'을 쓰는 우아한형제들에 박수를 보낸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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