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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노조 "대표가 남의 회사 사람처럼 말한다"...두산중공업 주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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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 대표 "죄송"

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두산빌딩에서 열린 두산중공업 정기 주주총회는 성토의 장이었다. 노조의 질타가 이어졌고, 결국 최형희 두산중공업 대표의 입에선 “죄송하다”는 말이 나왔다.

이날 두산중공업 노조 이성배 지회장은 “지난 27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회사에 1조원 긴급자금 대출을 결정했는데, 만약 잘못되면 더 큰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1조원으로 어떻게 경영 정상화를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최 대표는 “1조원 범위에서 사업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채권단과 협의해 구체적인 자금 집행을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지회장은 “실질적으로 ‘카드 돌려막기식’으로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며 “노조도 신한울 3·4호기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사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하는데, (대표가) 꼭 남의 회사 사람처럼 말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최 대표는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이 “노조도 신한울 3·4호기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 두산중공업 노조는 24일 창원상공회의소와 함께 ‘지역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지켜주십시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간절히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발표한 바 있다. 노조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 재개를 직접 호소한 것이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280여개 원전 관련 기업과 1만3000여명의 노동자들은 일감절벽으로 생존마저 위협받는다”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통해 시간을 달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으로 두산중공업이 최대 위기에 직면하면서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노조가 회사는 물론 정부에게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주총에서 최 대표는 “2023년까지 신사업 수주 비중을 50% 수준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중장기 수주 포트폴리오를 수립했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사업 속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재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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