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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美전역서 재택근무…21년째 직원소통 문제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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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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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이제 막 확산되고 있는 재택근무를 21년째 시행 중인 미국 회사가 있다. 미국의 세금 소프트웨어 기업인 '택스 테크놀로지스(TTI)'는 직원들의 집이 사무실이다. 직원들은 뉴욕과 플로리다, 덴버 등 미국 전역에 흩어져 산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도 없다. 심지어 오후 3시쯤이 되면 자녀를 둔 직원들의 업무가 잠시 멈춘다. 하교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이와 10분만 놀아주고 오겠다'는 메시지도 종종 날아온다.

이 회사를 이끄는 제이디 최 대표는 21년 전, 잘나가던 글로벌 회계법인을 나와 TTI를 세웠다. 딜로이트에서 100만달러 연봉의 파트너 제안을 받았지만, '행복하지 않아' 거절하고 단돈 7000달러로 직접 회사를 차렸다.

회사는 100% 재택근무로 운영하고, 출퇴근 시간은 정하지 않기로 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에,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한 제이디 최 대표는 "하는 일에서 행복 느끼지 못하면,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힘들다"며 "창업 후 직원들을 대할 때도, 행복하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직장 생활의 행복이 무엇일까요? 높은 연봉이나 성취감도 좋지만,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직장 생활 때문에 희생해야 할 때가 많지요. 아이들이 하교 후 집에 왔을 때, 부모님이 맞아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들과 인사하는 짧은 순간을 직원들에게 돌려주니 직원들의 만족도나 업무 효율은 훨씬 높아집니다."

TTI의 직원들은 근무 중 볼 일이 생기면, 이유를 설명하고 자리를 뜬다.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업무 스케줄에 맞게 본인이 맡은 일만 잘해내면 된다. 하루 근무 시간을 확인하는 시스템은 없다. 휴가도 원하는 때 자유롭게 갈 수 있다. 심지어 매해 시스템 재투자 뒤 남는 순이익은 모두 직원들 성과급으로 나눠준다.

이렇게 운영하고도 TTI는 지난해 매출액 1800만달러에 미국 내 직원 80명, 인도 개발센터 인력 300명을 보유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직률은 극히 낮다. 최 대표는 2018년 혁신콘텐츠기획사 (주)화제인이 주최한 '컨퍼런스 창' 연사로 참가해 이 같은 경험을 한국 청중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최 대표는 "일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사무실에서 몇 시간을 앉아 있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일하는 시간이 길다고, 일을 잘하는 게 아닙니다. 본인이 맡은 업무에서 성과를 내면 되는 겁니다. 회사는 '근무 시간'이 아닌 '성과'를 요구해야 합니다. 성과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업무 배분과 일정 등을 최대한 자세히 명시해 두고 있죠."

최 대표는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라 재택근무의 장점이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간, 장소의 제약이 없으니 인재를 채용하는 데 유연성이 더 생깁니다. 한곳에 모여 일한다면,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인재들을 어떻게 뽑겠습니까? 비싼 임대료와 사무실 유지 비용도 아낄 수 있지요."

재택근무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소속감이나 유대감 문제는 '자발적인' 오프라인 미팅으로 해결한다. 뉴욕 맨해튼에 사무실을 열어, 직원들이 자유롭게 들러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최 대표가 직접 직원들의 집 근처로 찾아가 같이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도 많다.

[유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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