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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문대통령, 긴급재난지원금 '통큰' 결단…코로나 이후 내다본 포석(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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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립 후 첫 긴급재난지원금…1400만 가구 혜택 내수진작 기대

지출 세출구조조정으로 野협조 당부…'긴급·지원금'으로 '기본·소득' 선긋기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3.3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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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현 기자,최은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민생경제 위축에 대응하고자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문 대통령이 현금성 지원정책과 관련해 '보편적' 지원이 아닌 '선별' 지원을 근간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선택함에 따라 그간 정치권에서 제기됐던 재난기본소득 도입 논쟁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지원하는 이같은 긴급재난지원금 결정을 발표했다. 정부가 감염병을 이유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은 정부 수립 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있어 예상보다 대상의 폭을 크게 늘려 수혜대상을 넓혔다. 국민들 모두가 일상의 희생을 감수하며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싸운 주체라는 생각이 담겨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 진정 이후 과제인 내수소비 진작을 위해 '실탄'을 마련한다는 구상도 깔려 있다. 정부는 4·15 총선 직후 추경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5월 중순 전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4~5월 사이 코로나19가 진정시기에 들어간다면 최우선 과제는 '경기부양'이 될 것임이 분명한 만큼 이를 염두에 둔 사전포석 차원의 의미도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도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배경에 대해 "정부가 재정 운용에 큰 부담을 안으면서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은 어려운 국민들의 생계를 지원하고 방역의 주체로서 일상 활동을 희생하며 위기 극복에 함께 나서 주신 것에 대해 위로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라며 "또한 코로나19가 진정되는 시기에 맞춰 소비 진작으로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결정과 관련해선 무엇보다 그 대상의 폭이 넓어졌다는 데 눈길이 쏠린다.

그간 정부의 현금성 지원 정책은 취약계층 등 저소득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됏다. 기획재정부도 애초 전체 가구의 50%에 가구당 100만 원(4인 가구 기준)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결단으로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소득하위 70% 가구'로 대폭 대상이 넓어졌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2050만 가구 중 약 1400만 가구가 긴급재난지원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그야말로 '통큰 결단'인 셈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대통령의 결단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피해가 전 국민에게 미치고 있다는 분석에 근거한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국민이 고통받았고 모든 국민이 함께 방역에 참여했다. 모든 국민이 고통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지난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실효성 있는 '취약계층' 지원 방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지원 대상을 특정했다가 2차 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생계지원 방안'의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긴급재난지원금의 대상을 '전(全) 국민'으로 하지 않은 것은 '재원'에 대한 고민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에 들어가는 재원은 9조1000억원 정도다.

문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코로나19 사태의) 고통과 (방역) 노력에 대해 보상받을 자격이 있지만, 정부로서는 끝을 알 수 없는 경제충격에 대비하고 고용불안과 기업의 유동성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재정여력을 최대한 비축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적으로 좀 더 견딜 수 있는 분들은 보다 소득이 적은 분들을 위해 널리 이해하고 양보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또한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재원의 대부분을 2차 추경을 통해 마련한다는 방침인 만큼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야당에 대한 설득 방안도 고려대상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긴급재난지원금은 신속한 지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신속하게 2차 추경안을 제출하고 총선 직후 4월 중으로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할 계획"이라며 "재정여력의 비축과 신속한 여야합의를 위해 재원의 대부분을 뼈를 깎는 정부예산 지출구조조정으로 마련하겠다"고 국회의 협력을 당부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재원의 대부분을 정부예산 지출구조조정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전날(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집행중인 512조원 규모 본예산의 20% 가량에 대한 용도변경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대응 재원으로 쓰자고 주장했던 것을 일정부분 수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그간 재난기본소득 등 현금성 지원정책을 둘러싼 논쟁 끝에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결론을 내놓으면서 전 국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명칭에 '긴급'과 '지원금'을 넣은 것은 재난기본소득과는 확실하게 거리를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돼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국민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 그 자체는 사실 큰 고려대상은 아니었다. 재정당국이 할 수 있는 여력 등을 보면 애초에 유력한 안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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