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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봄바람에 휘날리던 봄노래 다 어디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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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발표된 ‘벚꽃 엔딩’

매년 3월 초엔 100위권 진입

올핸 시기 늦고 순위 떨어져

코로나로 침체된 사회 분위기

거리 외출·행사 등 줄줄이 취소

계절색 입은 노래들 수요 줄어

‘사회적 거리두기’ TV족도 늘어

음원 서비스 이용 시간에 영향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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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장범준이 ‘나’를 찾기 시작하면 때가 왔다는 소리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야 할 때. ‘벚꽃 엔딩’은 2012년 발표 이후 해마다 3월이면 음원차트 100위 안에 다시 들어오며 ‘봄 알리미’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봄 알림 소리가 희미해졌다. ‘벚꽃 엔딩’은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성적을 종합해서 발표하는 가온차트의 ‘디지털 차트’ 기준으로 3월21일까지 100위 안에서 모습을 감췄다. 2012년(35위), 2013년(11위), 2014년(15위), 2015년(13위), 2016년(17위), 2017년(32위), 2018년(80위), 2019년(92위)까지 3월마다 곳곳에서 힘차게 울려퍼지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순위를 더 넓혀보면 3월 셋째 주(15~21일) 주간 순위에 그나마 169위로 이름을 올렸지만, 대중적 반응을 읽는 기준이 100위권이라는 점에서는 미미한 성적이다.

봄 알림이 울리는 시기도 늦춰지고 있다. 일일차트 기준으로 음원 서비스 사이트 ‘지니’에서는 3월25일에야 86위로 100위 안에 들어섰다. 지난해에는 3월10일에 97위로 지니 순위 100위 안에 올라왔다. 차트에 등장하는 전체 순위를 봐도 지난해 2월 마지막주(2월24일~3월2일)에 202위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3월 첫째 주(3월1~7일)에 349위로 기록되는 등 음원 소비가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봄 햇살을 느낄 여유가 사라진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벚꽃 엔딩’의 순위가 해마다 조금씩 낮아지긴 했지만 올해 순위가 더 낮아진 데는 사회적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보통 봄노래는 행사나 거리에서 많이 들리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행사가 잇달아 취소되고 사람들도 외출을 꺼리면서 봄노래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취소나 연기된 지역 행사만 50개가 넘는다. 한 지상파 라디오 피디는 “봄노래 신청자 수가 줄어들면서 스트리밍 횟수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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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는 봄노래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벚꽃 엔딩’뿐만 아니라 3월 기준으로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봄노래 수도 줄었다. 가온차트 기준으로 지난해에는 ‘봄’(9위), ‘봄날’(55위), ‘시작됐나, 봄’(66위), ‘벚꽃 엔딩’(92위)으로 4곡, 2018년에는 ‘봄날’(48위), ‘벚꽃 엔딩’(80위)으로 2곡, 2017년에는 ‘봄날’(14위), ‘벚꽃 엔딩’(32위), ‘봄 사랑 벚꽃 말고’(74위), ‘왜 또 봄이야’(95위)로 4곡이었지만, 올해는 셋째 주까지 ‘봄날’(1주차 82위, 2주차 75위, 3주차 73위) 딱 한 곡뿐이다. 또 다른 음악 서비스 플랫폼 멜론을 살펴봐도 2019년 5곡, 2018년 3곡, 2017년 4곡, 2016년 6곡이었지만, 올해는 셋째 주까지 ‘봄날’ 한 곡뿐이다. 해마다 봄 관련 음원을 쏟아내던 분위기도 올해는 잠잠하다. 한 가요 관계자는 “봄노래는 계절을 타기 때문에 이때가 아니면 주목받기 힘든데, 코로나 탓에 분위기가 침체하니 봄 관련 음원 발표를 꺼리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티브이(TV) 시청 시간이 늘어난 것도 음원 수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티엔엠에스(TNMS) 집계를 보면, 3월(1~23일) 티브이 시청 시간이 주중 9시간32분으로 2월(9시간8분)보다 늘었다. 티엔엠에스 쪽은 “보통 3월 봄꽃이 피면 2월보다 바깥 활동이 늘면서 티브이 시청 시간이 줄어드는데, 올해는 오히려 늘어나는 역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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