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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탈리아 바통 이어받은 스페인… 누적 확진자 중국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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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근무 경찰관 500여명 감염, 치안도 구멍
한국일보

스페인 북서부 지역 도시 오렌스에서 29일 자가격리 중인 시민들이 의료진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정해진 시간에 발코니에 나와 박수를 치고 있다. 오렌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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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갈수록 태산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ㆍ세계적 대유행)’ 진원지 이탈리아가 확산 완화 조짐을 보이자 스페인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스페인은 연일 사망자 최고 수치를 갈아치우고 있고, 경찰관들까지 대거 감염돼 치안에도 구멍이 뚫렸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29일(현지시간)에도 유럽 전역에서 확진 환자가 3만명 가까이 생겼다.

스페인 보건당국은 이날 코로나19 신규 사망자가 838명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30일까지 누적 사망자는 7,340명에 달한다. 전날(832명)에 이어 이틀 연속 희생자가 대거 쏟아졌다. 이게 다 열흘도 안돼 일어난 일이다. 전체 사망의 80%(5,000여명)가 최근 일주일 사이에 집중됐다. 30일 확진자가 6,398명 추가되는 등 감염도 빠르게 증가해 누적 확진자는 8만5,195명으로 중국(8만1,470명)을 뛰어 넘었다.

허술한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사회질서를 책임지던 경찰관들도 줄줄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수도권 근무 경찰관 500여명이 감염돼 2,000여명이 격리 상태에 있다. 의료체계 역시 한계에 봉착했다. 단적으로 집중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 수(4,907명)마저 수용 한도(4,404명)를 초과했다. 수도 마드리드의 한 의사는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 옵저버에 “우리 병원 수용인원(265명)의 3배 가까운 환자를 돌보고 있는데 보호 장비는 변변치 않다”고 절박함을 호소했다. 최악의 상황만 거듭하자 스페인 정부는 이날 약국 등 필수 사업장을 제외하곤 출ㆍ퇴근을 아예 금지시켰다. 이동제한 조치도 내달 12일까지 연장했다.

유럽 3위 코로나19 감염국 독일도 이날 4,75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전체 감염자가 5만7,298명까지 증가했다. 독일에서는 토마스 섀퍼 헤센주(州) 재무장관이 전날 숨지는 비극도 있었다. 현지 언론은 그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된 경제를 일으킬 대책을 고민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역시 이날 2,599명의 확진자가 새로 나와 총 감염자가 4만명을 돌파(4만174명)했다.

이탈리아가 서서히 감염 둔화 곡선을 그리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날 기준 사망자 수는 전날보다 756명 늘어 1만779명을 기록했다. 일일 확진자 증가폭도 5.6%(5,217명)로 그간 10%안팎을 유지하던 기세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다. 피에르파올로 실레리 이탈리아 보건차관은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일주일에서 열흘 안에 감염 확산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일일 사망자 규모가 스페인 다음으로 많아 완전히 마음을 놓을 처지는 아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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