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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96] 황교안 대표, 속죄할 길 없는 죄를 짓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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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허먼 '간디와 처칠'

조선일보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간디의 비폭력 무저항 운동이 인도를 영국으로부터 해방하는 성과까지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상대가 영국이어서 가능했다. 지금 북한에서 간디의 운동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소련이나 중국, 그리고 문재인 정권하 대한민국에서는?

이 정권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단식할 때 겨울비와 칼바람이 몰아치는 청와대 앞 광장에서 황 대표의 허술한 휘장을 철거하게 했던 살인 정권이 아닌가? 조국이라는 다중 범죄 혐의자를 법에 따라 수사하는 검찰을 학살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법 편법 통과로 사법기관과 의회를 자기들의 노리개로 만든 이 파렴치 정권은 신사도나 페어플레이 개념이나 알까?

간디 자신도 비폭력 저항은 싸워서 승리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을 때에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황 대표는 무저항 운동에나 어울릴 사람처럼 전투 역량 제로에 전투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 그리고 지금 자기의 투쟁에 나라의 존망이 걸려 있음을 의식 못 하는 사람 같아 너무도 안타깝다.

작년 여름 패스트트랙 저지 투쟁을 할 때였던가. 누가 황교안에게 그런 식으로 투쟁하면 4·15 총선에서 패배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황교안이 "4·15 총선에서 패배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대답하는 것을 보고 그야말로 '뚜껑이 열리는' 줄 알았다. 4·15 총선은 나라를 전리품으로 아는 현 정권 때문에 중병에 걸린 나라를 탈환해서 되살려낼 마지막 기회인데 그 절체절명의 기회를 놓친다면 그가 무슨 수로 책임을 진다는 말인가? 그가 대선 가도를 포기하면 국민이 죽음의 늪에서도 위로를 받는다는 말인가?

그러나 그 후 그가 단식을 시작하고 살을 에는 강풍과 차가운 빗속에서 오로지 맹물로 목숨을 이어갈 때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고,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실려 갈 때는 카리스마와 결의에 찬 리더로 변모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복귀한 황교안은 다시 '백면서생'이었다. 자기가 임명·위촉한 사람들에게도 휘둘리는….

이번 4·15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황교안은 졸렬한 전투로 나라를 빼앗긴 패장 이상의 치욕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국가 비상시에 자리 값을 못하는 인간은 국민에게 죄인이다. 이제 그는 사력을 다해 싸워서 야당을 재건하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보전해야 한다. 지금은 신사도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막가파를 대상으로 침착한 완곡 화법으로 '신사 게임'을 할 때가 아니다. 목이 터지고 심장이 폭발하기까지 문재인 정권의 죄악을 성토해서 국민을 착각과 자포자기와 무기력에서 일깨우라.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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