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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붉은여우야, 넌 어디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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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서 멸종위기종 포획…생물종보전원, 유전자 검사

민간서 사육 중 탈출했거나 소백산 방사 새끼 가능성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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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에 멸종위기종 ‘붉은여우’(사진)가 출몰했다가 구조됐으나, 여우가 어떤 경로로 도심에 들어왔는지는 오리무중이다. 당국은 민간에서 불법 사육되다 탈출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30일 국립공원공단 생물종보전원 중부센터는 전날 포획한 여우에 대해 건강검진을 하고 유전자 검사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9일 오전 9시20분쯤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의 한 대형 쇼핑센터 인근 농구장에서 여우가 발견됐다. 최초 신고자인 금모씨(35)는 “혼자 농구를 하고 있는데 옆 건물 난간에서 여우가 나타났다”며 “사람을 경계하지 않았고, 10분 정도 지켜보다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가 포획을 시도했지만 여우가 포위망을 빠져나가는 바람에 실패했다. 여우는 신고 10여시간 뒤인 오후 7시42분쯤 첫 발견 장소 인근인 가경동 한 아파트단지 주차장에서 포획됐다. 이 여우는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한 붉은여우다.

수컷인 이 여우는 1년 이상 된 성체로 길이 93㎝, 무게 5㎏인 것으로 파악됐다. 위성항법장치(GPS)는 달려 있지 않았다. 여우의 건강은 양호한 상태라고 보전원 측은 전했다. 여우가 어디서 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도 진행 중이다. 또 지난 24일 세종시 조치원읍의 한 복숭아 농장에서 발견된 여우와 동일 개체인지 확인하기 위해 조치원읍에서 확보한 여우의 분변과 청주에서 포획한 여우의 유전자를 대조하고 있다.

보전원은 2012년부터 소백산국립공원 일대에 54마리의 여우를 방사하는 여우 복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보전원 관계자는 “이 개체가 불법으로 사육되다 탈출한 것인지, 방사된 개체가 새끼를 낳은 것인지 등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조사하고 있다”며 “여우는 하루 15㎞ 이상 이동하기 때문에 세종에서 발견된 개체가 청주로 이동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가 적색목록에 위기(EN)로 분류된 여우는 과거 제주와 울릉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에서 살았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남한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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