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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생수·고기 쌓여있는 미국 마트… '이것'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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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다이어리]

물·통조림·계란 사재기는 사라져…

부피 큰 휴지는 재고 넉넉지 않아, 부족사태 지속… 3일만에 구매성공

지난 27일(현지 시각) 미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의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 매장. 장을 보러 갈 때까지만 해도 걱정이 컸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재기 난리통에 쇼핑 리스트에 적어 놓은 품목들을 살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의외로 생수와 우유는 쌓여 있었고, 고기류도 소고기·돼지고기 등이 냉장고에 가득했다. 계란도 만족스럽진 않지만 1인당 한 판씩 '배급제'로 살 수 있었다. 열흘 전만 해도 물과 고기, 계란 등의 자리는 거의 비어 있었는데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날 매장엔 휴지·물·쌀 등은 환불해주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고객들의 사재기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화장실용 휴지였다. 평소 휴지가 놓여 있던 자리엔 주방용 종이 행주(키친타월)만 가득 쌓여 있었다. 직원에게 휴지가 언제 들어오느냐고 물으니 "오전 일찍 들어오긴 하는데, 금방 다 나간다"고 했다.

다음 날 오후, 집 앞의 대형 수퍼마켓인 '자이언트'로 가 휴지 구매에 재도전했다. 이곳 휴지 코너에도 '1인당 휴지 구매는 2통으로 제한합니다'란 안내 문구만 붙어 있을 뿐 휴지는 없었다. 이 수퍼마켓엔 휴지뿐 아니라 기저귀도 없었다. 반면 물과 고기, 우유, 통조림 등은 풍족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최고 희소 생필품은 휴지란 것이 증명된 것이다.

기자는 29일 세 번째 도전으로 집 주변 월마트로 갔다. 평소 휴지가 놓여 있던 진열장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휴지 앞에선 2m의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도 무용지물이었다. 다행히 헐렁하게 말린 두루마리 휴지 4개가 한 묶음으로, 총 10여 통 남아 있었다. 그래도 휴지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선 심리적으로 안심이 됐다.

사람들의 휴지 사재기에 대해 USA투데이는 "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급이 달리지만 공급자 입장에서도 휴지는 보관에 많은 공간을 차지하다 보니 대량으로 재고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휴지 부족 현상이 이어진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또 휴지는 인구 증가 속도와 비슷하게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생산 업자들 입장에선 코로나 사태로 성급하게 생산 능력을 늘릴 경우 나중에 과잉 투자로 손해를 볼 수 있어 갑자기 생산을 늘리지 않는다고 한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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