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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외부접촉 없는 폐쇄병동의 집단감염…옮겨온 환자들이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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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 대구의료원서 전원 온 환자 중 확진자"

"잠복기 거쳐 발병했다는 가설 세울 수 있는 것"

"7층 대실요양병원 드나든 사례도 나와 살피는 중"

중앙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다사읍 제2미주병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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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이 정신과 폐쇄병동이 있는 대구 달성군 한 병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원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한 지 엿새 만에 134명 의 무더기 감염이 확인됐지만, 감염원을 좀처럼 찾지 못해서다. 집단 감염이 일어난 병원은 간병인 등 병원 종사자 72명과 환자 286명이 있는 달성군 제2미주병원이다. 같은 건물을 쓰는 대실요양병원에서도 확진자가 94명이 나오면서, 이 병원은 국내 단일 건물 가운데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이 됐다. 건물에서 나온 전체 확진자는 31일 0시 기준으로 228명이다.

엿새 째 이어지는 보건당국의 제2미주병원 감염원 찾기는 말 그대로 '미궁'에 빠졌다. 가장 큰 이유는 바이러스 전파의 출발점인 외부 '접촉' 흔적이 나오지 않아서다. 제2미주병원은 청도 대남병원과 같은 폐쇄 병동이다. 대남병원은 지난달 19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120명까지 환자가 불어난 곳이다. 이렇게 앞서 대남병원의 집단 감염 사례를 본 제2미주병원은 감염 예방을 위해 외부 접촉을 극도로 경계해 왔다.

2월 말부터 병동 외부인 진입을 아예 차단했다. 환자 면회는 허락하지 않았고, 신규 환자 입원도 받지 않았다. 심지어 외래 진료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출·퇴근하며 외부와 접촉을 하는 의사 역시 환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병동엔 출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2미주병원은 건물 8~11층까지 사용한다. 8·9·10층은 병동, 11층은 의사 진료실과 외례 진료실로 쓴다. 8층 아래 3층부터 7층까지는 대실요양병원이 있다. 지난 20일 먼저 집단감염(94명)이 발생한 곳이다. 병원 측은 대실요양병원 측과 같은 건물에 있지만, 엘리베이터를 따로 사용할 만큼 접촉을 피했다. 실제 대실요양병원과 제2미주병원은 주인이 다르다.

정신과 폐쇄 병동은 창문이 닫힌 상태로 환자들이 임의로 열지 못한다. 환자가 물건을 밖으로 집어 던지는 등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사실상 외부 접촉이 원천 봉쇄된 상태라는 의미다. 제2미주병원의 감염원을 조사 중인 한 보건당국 관계자는 "병원의 집단감염은 미스터리 한 일이다. 외부 접촉이 없다 보니 감염원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전했다.

보건당국은 이례적으로 감염원 찾기를 '외부 접촉'이 아닌 '내부 전파' 쪽으로 살피고 있다. 지난달 21일 대구의료원에서 병원으로 전원 온 환자 6명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다. 이들 환자 중 일부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잠복기'를 고려하면 내부 전파가 감염원일 수도 있을 것 같다. 2월 17일쯤부터 대구의료원에 코로나 환자 입원이 이뤄지기 시작했으니, 전원 일인 2월 21일이면 전원 온 환자 중 누군가가 감염 상태로 병원에 전원 됐다가 일정 기간 잠복기를 거쳐 최근 발병했을 수 있다는 가설이 생긴다"고 했다.

김종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공기 전파보다는 '비말' 전파 가능성을 더 높게 보면서 여러 각도로 계속 감염 경로를 추적 중이다"며 "제2미주병원 확진자 중에 7층에 있는 대실요양병원에 드나들었던 적이 있는 사례가 파악돼 그런 방향으로도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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