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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광주시, 해외입국자 무작정 시설격리하려다 항의 받고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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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착한 뒤에야 격리 통보…마중 나왔던 가족 '분통'

13명 중 9명 귀가

뉴스1

31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활치료시설로 쓰이는 광주 서구 치평동 5·18교육관에서 입국자들의 가족들이 광주시 공무원에게 항의하고 있다.2020.3.31 /뉴스1 © News1 한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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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한산 기자 = 광주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를 막겠다며 해외에서 입국한 시민들을 무리하게 시설에 격리시키려다가 거센 항의를 받고 철회했다.

광주시는 행신발 목포행 KTX를 이용해 31일 오전 0시25분쯤 광주송정역에 내린 해외 입국자 13명을 미니버스에 태워 5·18교육관으로 이송했다. 5·18교육관은 광주시가 지정한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다.

지난 29일부터 유럽‧미국발 입국자 중 코로나19 무증상자도 3일간 생활치료센터에 격리하도록 한 특별행정명령에 따른 조치였다.

문제는 광주시가 해외 입국자들이 광주송정역에 도착한 뒤에야 격리대상임을 통보하고 이들이 체류했던 국가도 확인하지 않은 채 격리를 강제하려 하면서 불거졌다.

해외 입국자들의 격리 소식에 마중 나갔던 가족 10여명이 5·18교육관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얼굴도 보지 못한 가족이 다짜고짜 격리당하는 이유'를 따졌다.

딸을 마중 나온 한 남성은 "아이가 역에 도착할 때까지도 당사자나 가족들은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 격리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잘 부탁한다'고 말하기 위해 여기에 왔겠지만, 지금은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오게 됐다"며 설명을 요구했다.

시 공무원이 특별행정명령을 언급하며 협조를 구했지만 시민들의 항의는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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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활치료시설로 쓰이는 광주 서구 치평동 5·18교육관에서 한 입국자와 그 가족이 광주시 공무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0.3.31 /뉴스1 © News1 한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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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손주를 마중 나온 한 남성은 "시설에서 격리한다고 미리 알려줬다면 굳이 딸과 손주들이 지낼 집을 구했겠느냐"며 "정부가 하라는 대로 아이들이 대중교통편을 이용하게 했고 격리 준비도 철저히 한 우리를 왜 몰지각한 사람으로 만드느냐"고 물었다.

다소 격앙된 어조로 "몇 년 만에 귀국하는 동생 볼 생각에 온 가족이 이 늦은 시간까지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재난문자는 수십 통씩 보내면서 왜 이런 일은 미리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항의하는 시민도 있었다.

"4월1일부터 모든 해외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조치도 자가격리가 원칙인데 통보도 없이 납치하듯이 아이를 데려갔느냐", "혹시 모를 전염을 막기 위해 아이가 탈 차도 한 대 더 끌고 마중 나왔다", "인천공항에서 승용차로 광주로 온 사람들도 있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찾을 것이냐"와 같은 항의가 30여분간 이어졌다.

결국 오전 1시30분쯤 일본에서 귀국했다는 시민의 귀가를 시작으로 해외 입국자들은 하나둘 5·18교육관을 떠났다.

공무원들은 이들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자가격리 준수를 당부할 뿐이었다.

이날 시설격리에 응한 시민은 13명 중 4명이었다.

이에 대해 현장에 있던 한 공무원은 "입국자들이 광명역에서 KTX에 탄 뒤에야 명단을 넘겨받았다"며 "이들이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알 수 없고, 연락을 취할 방법도 없어 광주에 도착한 후에야 (격리에 대해) 안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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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활치료시설로 쓰이는 광주 서구 치평동 5·18교육관에서 한 입국자가 짐가방을 끌고 이동하고 있다.2020.3.31 /뉴스1 © News1 한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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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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