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유료방송 시장 재편 움직임 속에 공개매물로 등장한 케이블TV 5위 사업자 현대HCN이 통신 3사 중 누구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시장 순위는 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유료방송 1위인 KT가 새 수장 체제에 돌입하는 등 통신 3사가 경영전선을 갖추자마자 '인수합병(M&A) 시즌 2'가 본격화한 셈이다. 이미 M&A가 진행된 LG헬로비전(옛 CJ헬로)과 티브로드에 이어 케이블TV 업계의 출구전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매각이 추진되는 현대HCN의 가입자는 2019년 상반기 기준 134만5365명으로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4.07%를 기록했다. LG헬로비전, 티브로드, 딜라이브, CMB에 이어 업계 5위다. 특히 현대HCN의 경우 서울 강남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높은 '알짜 매물'로 평가된다. 지난 해 통신 3사를 중심으로 케이블TV M&A가 이어질 때마다 차기 매물 후보로 첫 손에 꼽혀왔던 배경이다.

현재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IPTV를 앞세운 통신 3강 체제로 개편된 상태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독주해온 KT가 국회에 발목이 잡힌 사이 지난 해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가 각각 CJ헬로, 티브로드를 M&A하며 덩치를 키웠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합병법인은 다음 달 출범할 예정이다.

점유율 1위는 KT·KT스카이라이프로 31.31%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24.72%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24.03% 순이다. 점유율 4.07%인 현대HCN이 누구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언제든지 순위가 바뀔 수 있는 구도인 셈이다.

3사 중 현금동원력이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는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와의 시너지 확대를 위해 추가 M&A에 나설 경우 LG유플러스를 밀어내고 2위 탈환이 가능하다. 시장 점유율은 28.1%로 확대돼 1위 KT와의 격차도 3%포인트대로 좁힐 수 있다. 이달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며 2기 경영체제에 돌입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그간 M&A 의지를 피력해온 만큼 유력 인수처로 꼽힌다. LG유플러스 역시 LG헬로비전에 이은 2차 M&A로 유료방송 2위 수성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KT 역시 규모의 경제를 확대하고 추격자들을 멀리 따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M&A에 욕심을 내고 있다. 다만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 이후 사후규제안 논의가 국회에서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앞서 KT는 3위 사업자 딜라이브 인수를 위해 실사까지 마쳤으나 합산규제에 발목이 잡히며 인수전에 뛰어들지도 못했다. 이는 전날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구현모 KT 사장의 숙제로도 꼽힌다.

이동통신사가 주도하는 IPTV가 확대되면서 케이블TV의 가입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M&A가 이뤄진 LG헬로비전·티브로드 이외에도 현대HCN·딜라이브·CMB도 꾸준히 매물 후보로 거론된다. 현대HCN마저 공개 매물로 나오며 유료방송 업계 재편 속도도 더 빨라질 전망이다.

전날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HCN의 방송·통신사업부문을 ‘현대퓨처넷(존속법인)’과 ‘현대HCN(신설법인)’으로 분할한다고 공시했다. 물적분할과 동시에 현대HCN의 지분매각이 검토된다. 이르면 4월경에 경쟁입찰 방식으로 새 주인이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