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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미국은 명확하고 한국은 헷갈리는 코로나 재난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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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소득 9만9000달러 이하면 다 줍니다."(미국 정부) "누구에게 줄지 우리도 몰라요. 좀 기다려들 보세요."(한국 정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 정부가 사상 초유의 현금 살포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30일 정부가 주도해 월 소득 하위 70% 이하 가구에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누가 받을 수 있는지가 헷갈리고 ‘월 소득’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등 모호한 부분이 많아 혼란이 불어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마비로 대출 이자, 월세 등 급전(急錢)에 목이 타는 국민은 답답한 마음에 정부 웹사이트로 몰려가고 있지만 거기에도 답은 없다. 미국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소득 9만9000달러 이하’라고 명확히 해두었다. 현금 지원금 규모도 크다. 미국과 한국의 재난지원금, 무엇이 다른지를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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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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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대상: 미국 연봉 9만9000달러 이하 vs 한국 ‘소득 하위 70% 이하’
미국의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은 간단명료하다. 연봉 9만9000달러 이하면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 연봉 10만달러 이상은 ‘여섯 자리(six figure) 연봉’이라고 불리며 부유층으로 분리된다. 한국의 ‘역대연봉’과 비슷한 개념이다. 미 정부의 지급 대상 선정 방식은 ‘억대 연봉 빼고 다 준다’로 요약할 수 있다. 아울러 연봉 7만5000달러 이상인 중상층은 지원금이 조금씩 줄어든다.
한국은 누가 받을 수 있는지가 헷갈린다. ‘소득 하위 70% 이하 가구’가 무엇인지가 모호하다. 정부는 ‘소득’은 어디까지가 포함되고(실제 소득이 없어도 비싼 집이 있으면 고소득자인가?), ‘하위 70%’가 정확히 어디까지인지(연소득이 얼마 이하면 받을 수 있나?)에 대해 명확한 답을 못 내놓고 있다. 아울러 현금 지원금에 더해 지급될 쿠폰 등은 ‘소득 하위 %’가 아니라 ‘중위소득’ 기준으로 해서 더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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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가게들이 문을 닫은 27일 명동 거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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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금액: 미국 416만원 vs 한국 100만원
미국의 재난지원금은 성인 1인당 1200달러, 자녀 한 명당 500달러다. 지원 대상에 들어가는 4인 가구라면 부모가 각각 1200달러씩 2400달러, 아이 한 명당 500달러씩 1000달러를 받아 3400달러(약 416만원)가 지급된다. 단 연봉이 7만5000달러를 넘으면 소득 100달러당 5달러씩 지원금이 깎인다. 이 방식을 쓰면 연봉 10달러 차이로 누구는 지원금을 받고 다른 누구는 ‘0달러’를 받아버리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의 지원금은 가구당(4인 기준) 100만원이다. 미국보다 훨씬 적다. 1인 가구는 40만원, 2인은 60만원, 3인은 80만원이다. 아울러 미국과 달리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선(월 700만원 안팎 거론 중) 위냐 아래냐에 따라 지원금 지급 여부가 ‘모 아니면 도’ 식으로 갈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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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급해요!” 지난 25일 오전 대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앞.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한 줄이 매우 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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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시기: 미국 4월 안 vs 한국 이르면 5월
미 정부는 ‘몇 주 안에’ 현금 지원금을 배포하겠다고 밝혀두고 있다. 이달 19일에 재난지원금 지급안이 거론되기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통장에 현금이 입금될 전망이다. 소득 산정은 2019년 연말정산 자료를 활용한다. 연말정산을 하지 않아 자료가 없는 가구엔 일단 현금을 꽂아주고 내년 초 2020년치 연말정산을 할 때 ‘정산’을 하겠다고 미 국세청(IRS)은 밝혔다. 지난해엔 많이 벌었는데 올해 소득이 많이 줄어든 사람에겐 내년 초 연말정산을 통해 지원금을 보전해준다. 지난해엔 못 벌다가 올해 갑자기 소득이 늘었다면 어떨까. IRS는 "토해내라고는 안 하겠다"고 홈페이지에 적어두고 있다. 기준 산정에 뭔가 헷갈리는 일이 발생할 경우엔 ‘선지급 후정산’을 하겠다는 게 IRS의 원칙이다.
한국은 이제 막 정부안이 나온 데다 소득 기준 등 ‘교통정리’가 필요하고, 총선 때문에 국회도 멈춰 서 있어서 이르면 5월이 되어야 지원금이 지급될 전망이다.

결정 속도: 미국 25일 vs 한국 57일 ‘플러스 알파’
미 의회는 한국 못지않게 정파적으로 분열돼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라는 초유의 경제 충격 앞에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재난지원금을 의회에 제안한 지 8일 만인 지난 27일에 의회 통과 절차가 일사천리로 마무리됐다. 코로나 확진자 100명을 넘어선 날(3월 2일)을 기준으로 하면 25일 만에 ‘현금 지원금’ 지급이 확정됐다.
미국보다 먼저 코로나가 강타한 한국은 국회 통과까지 얼마나 걸릴지 미지수다. 4월 15일 총선은 일단 넘겨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빨리 표결을 한다 해도 정부안 발표부터 국회 통과까지 미국의 약 4배 수준인 29일이 걸린다. 확진자 100명 기준으론 약 두 달(57일) 만에서야 지원금 지급이 결정되는 셈이다. 만약 의회에서 지원금 규모 등을 두고 논란이 가중되면 결정은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급 방식도 다르다. 한국은 지역상품권이나 제로페이를 통해 돈을 풀 예정이다. 안 쓰고 쌓아두지 말고 소비하라는 취지다. 반면 미국은 지원금을 현금(혹은 바로 현금화 가능한 수표)으로 지급한다. 미 국세청은 홈페이지에 "연말정산 때 정부에 계좌번호를 등록한 이들에겐 통장으로 바로 현금을 입금할 계획이므로 대다수 미국인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통장에 돈을 묵힐 수 있다는 부작용에도 대출 이자나 월세 등 ‘정말 급한 불’을 끄기엔 현금이 훨씬 편리하다는 이유에서다.

⑤지급 방식: 현금 vs 제로페이 혹은 상품권
지급 방식도 다르다. 미국은 지원금을 현금(혹은 바로 현금화 가능한 수표)으로 지급한다. 미 국세청은 홈페이지에 "연말정산 때 정부에 계좌번호를 등록한 이들에겐 통장으로 바로 현금을 입금할 계획이므로 대다수 미국인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통장에 돈을 묵힐 수 있다는 부작용에도 대출 이자나 월세 등 ‘정말 급한 불’을 끄기엔 현금이 훨씬 편리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 지역상품권이나 제로페이를 통해 돈을 풀 예정이다. 안 쓰고 쌓아두지 말고 소비하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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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주 스포케인의 노숙자들이 지난 30일 임시 거주소가 물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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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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