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국민銀 등 대상 1차분 120억달러 경쟁입찰
은행들, 2월 LCR 128.3%로 외화유동성 이미 관리
110% 담보에 3개월 대출금 얼마나 받아야 할지 고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600억달러가 내달 2일부터 시중에 풀릴 예정인 가운데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외화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그만큼 은행들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자산건전성 관리 차원에서의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산업ㆍ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을 비롯해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 등 국내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600억달러 가운데 1차분인 120억달러에 대한 경쟁입찰을 실시했다. 입찰예정액은 7일물 20억달러, 84일물 100억달러로 총 120억 달러다. 최저 입찰금리는 7일물이 연 0.322%, 84일물이 연 0.3210%로 정해졌다.
이번 외화유동성 공급은 달러를 대출받으려는 은행들이 각자 입찰 금리를 써 내는 경쟁입찰로 2008년과 같은 방식이다. 이번에는 각 낙찰자가 응찰 시 제시한 금리를 각각 적용받는 복수가격 방식이 적용됐다. 한은은 총 외화 대출금액의 110%를 담보로 받는다. 국채, 정부보증채, 통화안정증권을 비롯해 은행채, 한국주택금융공사 발행 주택저당증권, 원화 현금도 담보물로 인정한다.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칫 급작스럽게 외화유동성이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에선 이번 조치에 대해 환영의 뜻을 보이며 저마다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외화유동성 고민에 대한 해결책은 확보됐지만 여전히 은행권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어 또 다른 고민이 발생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산건전성 관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은행 관계자는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외화유동성 위기를 선제적으로 막는다는 조치라는 점에서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비용적인 측면에서 효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어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금융위기 발생에 따른 유동성 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외회유동성 관리에 나서왔다. 실제로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은행들의 평균 외화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은 128.3%로 당초 금융감독원 규제 비율인 80%를 월등히 웃돌고 있었다. 또 은행들은 '커미티드라인(Committed Line)'이라는 추가 장치도 마련해 외화유동성을 확보해뒀다. 은행별 커미티드라인 규모는 신한은행이 12억달러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 8억달러, 국민은행 5억~8억달러, 농협은행 1억4000만달러 등의 순이다. 지난달 말 기준 4대 은행의 외화예수금 잔액은 439억달러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B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외화유동성을 확보했다며 가져다 쓰라고 하지만 은행들도 꾸준히 외화유동성 관리에 나선 상태인데 110%로 담보를 제공해야 하는 3개월짜리 대출금을 과연 얼마나 받아야 하는건지 모르겠다"면서 "오히려 자산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차질을 빚을 수 있어 문제"라고 토로했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요청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수십조원 규모의 채안ㆍ증안펀드 등에도 출자해야 한다. 시장 전체의 붕괴를 막아내야 하는 압박감과 건전성 악화의 우려가 동시에 몰려들어 딜레마에 휩싸인 형국이다. 이에 따라 신한ㆍKB국민ㆍ우리ㆍ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원화 LCR은 지난 2월 말 기준 104~110%에서 최근 102~105%(말잔) 수준으로 떨어졌다.
C은행 관계자는 "올해 은행권 수익은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는 수익 고민이 아니라 자산건전성 등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은행채를 발행해 정부 펀드에 투자하는 부분도 있는데 자칫 자금을 빌렸다가 안 쓰게 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비용은 물론, 효율성 부분에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