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단독]"외모로 모욕... 못 생긴 것 인정한다" 열등감 가득했던 조주빈의 충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외모에 대한 모욕을 당했다. 솔직히 내가 매우 못 생긴 것은 인정한다.”

사회복무요원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조주빈(25)의 성 착취 영상 제작·유포를 돕고, 자신의 담임선생을 지속적으로 협박해 온 강모(24)씨가 한 대학생 산악 동아리 카페에 적은 글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15년 경남 김해시에 있는 한 대학에 입학한 강씨는 평소 심한 열등감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해 전국 대학생 산악 동아리에 가입했지만, 지병과 외모 콤플렉스로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강씨는 자신의 심경을 동아리 카페 게시판에 적기도 했다. 강씨는 “나는 술을 먹을 수 없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 류머티즘 관절염·강직성척추염·봉와직염·통풍 등 10여개 질병과 함께 고통이 울려 퍼진다”며 “복용 중인 항히스타민제와 (술이) 상극이기 때문이다”고 적었다. 이어 “피부질환 때문에 멀리서 (나를) 보면 동양인인지 흑인인지 피부암 걸린 백인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것이지만 적어도 집 안에 박힌 파오후보다 낫지 않은가”며 “그런데 (미션을 수행할 때) 여자친구가 없을 것 같이 보여서 엄마 이름을 부르라니…”라고 했다.

강씨는 2012년부터 자신의 학창시절 담임교사 A씨를 상대로 지속적인 스토킹 범죄를 저질러왔다. 2017년 12월 경기도의료원 수양병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며 피해자 정보를 조회해 이를 협박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당시 A씨 신고로 경찰에 붙잡혀 법원에서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강씨는 지난해 3월 출소 후 수원시 영통구청에서 남은 복무를 이어갔다. 이때 역시 강씨는 A씨의 개인 정보를 조회해 협박을 이어가다, ‘박사방’ 회원이 된 것을 계기로 운영자 조씨의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국가 전산망을 이용해 조씨의 범행 타깃이 된 미성년 여성 등의 신상정보를 조회했다. 조씨가 이른바 ‘직원’이라고 칭하는 회원 등급에 오른 강씨는 A씨의 딸을 살해해달라며 조씨에게 400만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조선일보

사회복무요원 출신 강씨에게 협박당해온 피해자가 올린 국민청원 게시글. 31일 청원 동의 수 43만을 넘어섰다. /인터넷캡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사당국은 조씨가 손석희 JTBC 사장과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에게 접근해 수천만 원을 뜯어낼 수 있었던 것도 강씨 덕분으로 보고 있다. 조씨는 강씨를 통해 손 사장의 차량 정보를 확보한 뒤, 손 사장과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 간 분쟁이 시작된 이른바 '과천 접촉 사고' 당시 손 사장 차량의 번호판이 찍힌 날조 사진을 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손 사장의 뺑소니 사진이 담겼다”며 조씨가 김씨에게 건낸 USB도 강씨 소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A씨로 소개한 청원인이 “박사방 회원 중 여아 살해를 모의한 공익근무요원 신상공개를 원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속적인 협박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강씨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청원은 31일 청원 동의 수 43만을 넘어섰다.

[표태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