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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이마트24에 날아온 순직소방 아내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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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마트24 본사에 날아온 소방공무원 유가족의 편지/이마트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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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중순 서울 성동구 이마트24 본사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순직한 소방공무원의 아내인 박모(42)씨가 이마트24 대표에게 쓴 4장짜리 자필 편지였다.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세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씨는 편지에서 “많은 분들이 소방가족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셨기 때문에 아이들과 같이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생겼고, 이마트24라는 든든한 직장이 생겼습니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박씨가 경남 지역에서 운영 중인 편의점은 이마트24에서 임차료와 관리비를 지원하는 ‘소방공무원 가족점포’다. 공무 수행 중 순직하거나 부상을 입은 소방공무원 가족들이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고안된 사회공헌형 편의점 모델로, 지난 2017년 9월 대한소방공제회와 협약을 맺으며 마련했다. 대한소방공제회에서 운영 지원자를 추천하면 이마트24가 점포와 임차료·관리비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박씨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2016년 구조대원이었던 남편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아이 셋과 덩그러니 남겨졌을 때는 슬픔에 잠겨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남편이 남겨두고 간 돈도 있었지만, 1년 만에 모두 동났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 둘과 학교도 입학하지 못한 아이 한명을 키우기 위해선 손에 잡히는 일은 뭐든지 해야 했었다. 박씨는 “3년간 장사며 식당일이며 가리지 않고 했지만, 아이 셋을 키워야 하다 보니 남 밑에서 계속 일하기 너무 어려웠다”며 “아이들 보험과 학원도 모두 취소하고, 최저임금만도 못한 돈으로 오로지 먹고사는 데에만 집중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던 박씨에게 작년 가을 제2의 삶을 알리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종종 연락해 안부를 묻던 소방청 직원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그렇게 박씨는 소방공무원 가족점포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박씨는 “편의점을 운영하게 된 뒤로 일찍 철이 들었던 아이들이 조금씩 아이다운 모습을 찾고 있다”며 “계속 살 수 있게끔 희망을 만들어준 분들께 너무 감사한 마음에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박씨는 편지에서 “다른 소방 유가족들에게도 새해에는 더더욱 좋은 기회가 만들어져 꼭 제2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라고 적었다. 이마트24는 박씨의 편지에 화답했다. 매년 3곳씩 지원해 열던 소방공무원 가족점포를 올해는 10곳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마트24 김경훈 CSR팀장은 “신규 지점 5곳은 31일 서울·부산·대구 등지에서 문을 연다”며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신 소방공무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그 가족들이 경제적, 심리적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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