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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1000만 감독들 등판, 숨 죽은 극장가 살아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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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개봉하는 대작 영화 두 편

[‘부산행’ 연상호 감독 신작 ‘반도’]

전작 4년 후 이야기 다룬 좀비물

제작비만 200억…국외 선판매 활발

연감독 “마음 비우고 마무리 최선”

[쌍천만 흥행 윤제균 감독 ‘영웅’]

안중근 의사 생애 다룬 뮤지컬 영화

모든 노래 라이브 촬영으로 화제

‘안중근 전문’ 정성화가 주연 맡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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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극장가에 닥친 춘궁기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3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보면, 전날 관객 수는 총 2만2997명이었다. 영진위가 2004년 1월 통합전산망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저치 수준인 2만명 초반대까지 떨어진 날이 이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올봄 개봉 예정이던 신작이 줄줄이 일정을 연기하는 등 사실상 봄 영화시장이 사라진 가운데, 벌써 관객의 눈길은 ‘여름 텐트폴(흥행 보장 영화)’ 대작에 쏠린다. 참신한 장르, ‘역대급’ 제작비, 천만 감독의 귀환 등 다양한 전략으로 무장하고 날을 벼린 여름 영화가 침체한 한국 영화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선두엔 한국 좀비 영화의 신기원을 연 <부산행>으로 천만 클럽에 이름을 올린 연상호 감독의 신작 <반도>가 있다. 한 달 전 여름 개봉을 확정하고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다. <반도>는 <부산행>의 4년 뒤를 배경으로 하는 속편 격 영화다. 부산마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돼 폐허가 된 반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강동원·이정현이 주연을 맡았다. 투자배급사 ‘뉴’의 양지혜 홍보팀장은 “<부산행>의 인기 덕에 국내외에서 기대치가 높은 상황이라 애초 예정대로 여름 개봉을 확정하고 관객의 관심을 선점하기 위해 마케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반도>의 총제작비는 200억원이 넘는다. 극장 수익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500만~600만명은 들어야 한다. 여름은 영화시장의 성수기다. 그래서 주요 투자배급사들은 덩치 큰 대작을 내세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잦아들지 모르는데다 개학 연기로 여름방학이 짧아져 시장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반도>의 경우 그나마 국외 시장이 버팀목이다. 양 팀장은 “<부산행>을 좋게 본 다른 나라들에 꾸준히 선판매되고 있어 국내 흥행에 대한 부담은 조금 덜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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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컴퓨터그래픽 작업에 한창인 연상호 감독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여름 상황을 예상하긴 힘들지만, 이대로라면 <반도>뿐 아니라 한국 영화시장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지니 그때는 나아져야 한다는 ‘당위’ 하에 애초 계획대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두에 나서게 돼 어깨가 무겁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부담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라면서도 “마음을 비우고 영화를 잘 만드는 것에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도>가 먼저 치고 나가자 <해운대> <국제시장>으로 ‘쌍천만’ 흥행을 일군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이 가세했다. 안중근 의사가 중국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죽음을 맞기까지 마지막 1년을 그린 작품으로, 본격적인 한국판 첫 뮤지컬 영화다. 윤 감독이 <국제시장> 이후 6년 만에 연출에 복귀하는데다 2012년 개봉해 500만명 넘는 관객을 모은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처럼 모든 노래를 라이브로 촬영했다는 점도 화제를 모은다. 2009년 원작 뮤지컬 초연부터 안중근을 연기한 정성화가 영화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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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제이엔터테인먼트의 전성곤 홍보팀장은 “<영웅>을 여름 영화로 내세우고, 복제인간을 다루는 에스에프(SF) 대작 <서복>은 겨울에 개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여름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그때는 국민 생활이 정상화돼 안심하고 극장을 찾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성화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간 촬영들이 마구 스쳐 지나가네요. 부디 지금의 상황들이 종식되어 많은 관객 여러분을 만날 수 있길 기도해봅니다”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여름 개봉작 두 편이 먼저 공개되면서 다른 투자배급사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 <모가디슈>를 여름 영화로 준비 중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강동영 홍보팀장은 “코로나19 사태가 6월에 정상화한다는 전제 아래 <모가디슈>를 여름에 개봉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쇼박스의 조수빈 홍보팀장은 “차승원 주연의 재난 코미디 영화 <싱크홀>을 여름 개봉작으로 예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름 기대작 중 가장 규모가 큰 영화는 신생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의 <승리호>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에스에프 영화로, 총 제작비가 240억원에 이른다. <늑대소년>의 조성희 감독과 주연 송중기가 다시 호흡을 맞춘다. 메리크리스마스의 문미리 마케팅팀장은 “여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도 “워낙 제작비가 큰 영화라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뒤로 미룰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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