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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밀가루·쌀 수출도 셧다운…유엔 "4~5월 식량위기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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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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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고 식량 수출 금지 조치에 나서면서 글로벌 식량 위기에 대한 염려가 불거지고 있다. 전방위 사재기 열풍에 놀란 각국 정부가 곡물·식재료 수출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곡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자료를 인용해 "각국 봉쇄로 인한 공급망 악화 때문에 식품 공급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며 "4월과 5월에 식량 위기가 예상된다"고 지난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재기와 수출 제한, 공급망 교란이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지난 27일 자국 곡물을 비축하기 위해 3월 말까지 신규 수출 계약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응우옌쑤언푹 총리가 지난 18일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식량 안보는 확고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뒤에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베트남 측 결정에 국제 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식량 수출국들이 공급을 일제히 중단하거나 축소하면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캄보디아는 4월 5일부터 흰쌀과 벼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캄보디아는 연간 쌀 50만t을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은 계란 공급 부족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가격이 두 배로 뛰자 일주일 동안 수출을 금지했다. 파키스탄은 양파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국내 수급 균형과 가격 안정을 위한 조치다. 이 밖에 주요 밀 수출국인 러시아, 카자흐스탄도 수출 제한에 나섰다.

선진국 농업은 국경 봉쇄로 인한 인력 이동 제한이 발목을 잡고 있다. 블룸버그는 "선진국 농업 부문은 이민자 노동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국경 봉쇄 등으로 인력 이동이 제한되고 있다"며 "유럽과 미국에서도 곧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농산물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압돌리자 아바시안 FA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간 물자 이동이 어려워져 공급 쇼크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프랑스는 앞으로 3개월 동안 딸기와 아스파라거스 수확에만 노동자 20만명이 필요하다. 해마다 농업에 필요한 해외 노동자로 영국은 7만~8만명, 독일은 30만명을 주로 동유럽에서 들여왔다. 하지만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외부 지역 방문객이 입국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일부 국가는 동유럽과의 국경을 폐쇄했다. 미국도 일손 부족으로 비상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으로 주멕시코 미국대사관에서 취업비자 발급 업무를 중단해 과일·채소를 수확하는 인력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

곡물 선물시장에서는 밀을 필두로 소맥과 원당, 옥수수, 대두 등 모든 식재료 관련 상품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지난 30일 거래된 밀 선물 가격은 부셸당 569.50센트를 기록했다. 지난 16일 부셸당 498센트에서 불과 보름 만에 14.4% 급등한 것이다. 쌀값은 6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3월 말 기준 태국산 쌀 수출 가격은 t당 약 550달러로, 2013년 8월 이후 가장 비쌌다. 베트남산 쌀값 역시 201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t당 4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에서는 밀가루 제분업자들이 급격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밀 구매를 대폭 늘리고 있고, 프랑스에서는 소비자들이 바게트를 비축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리서치 업체 칸타르에 따르면 이동 제한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2~8일 일주일간 건조 파스타 판매량이 전년보다 55% 급증했다.

마이크 왓킨스 영국 닐슨 소매부문 분석 책임자는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공급망이 교란되고, 각국 정부에서 물자를 비축하는 것이 밀값 급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농산물감독청은 지난 20일부터 열흘간 모든 종류의 곡물에 대한 수출을 임시로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고 관영 타스통신이 전했다. 모스크바 시내 몇몇 유통매장에서는 곡물 등 일부 품목이 품귀 현상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필리핀 코로나19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는 31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안정적인 쌀 수급을 위해 정부 간 계약을 통해 쌀 30만t을 수입할 것을 권고했다.

기후 문제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식량 비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UAE 정부는 전략적 식량 비축분을 확보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제정했다. UAE는 고온의 사막 기후인 탓에 식료품 중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사우디 정부도 밀 전략 비축분이 100만t을 초과했다며 4월에 120만t을 더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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