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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슈 미술의 세계

“코로나19 이후…미술관, 공동체-미술인 잇는 역할 중요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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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코미술관 임근혜 신임 관장]

“아르코는 현대미술사 만든 공간

몸집 확장보단 정체성 추구를

문화예술 공론장 활성화도 관심

미술관들과 연대·협업하고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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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미술관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큰 작품, 큰 전시를 벌여놓고 관객을 끌어모으고 만족스러워하는 모습만 계속 보여줄 순 없을 거예요. 사회 공동체와 미술인을 잇는 다리 구실이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요.”

한국의 주요 공공미술관 가운데 하나인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공석 5년 만에 수장 자리에 올라 눈길을 끈 임근혜 신임 관장(49)은 간단치 않은 고민을 털어놓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공동체와 미술인을 잇는 다리 구실, 즉 ‘소셜 브리징’이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자신이 맡을 아르코미술관의 새로운 방향성도 그곳에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1일 관장으로 첫 출근을 앞둔 그를 최근 서울 북촌 화랑가에서 <한겨레>가 만났다. 보통의 취임 일성인 원대한 포부를 걷어내고, 다른 미술관을 의식한 물량 전시나 규모·예산 키우기 등에 집중하지 않겠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들렸다.

임 관장은 아르코미술관의 자랑스러운 유산을 재조명하고 알리는 작업에 우선 힘쓰겠다고 했다. 과거 주요 전시를 새 의미를 담은 문화유산으로 재가공하고 아카이빙하며 가치를 전파하고 공유하는 리마스터링의 힘을 강조했다. 작가, 기획자, 평론가들과 여러 분야 인사들의 문화 커뮤니티를 만들어 함께 대화하고 의미 있는 담론을 생산해내는 데 멍석을 깔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아르코는 80년대까지 전시하지 않은 대가가 없을 만큼 우리 현대 미술사를 만들어온 공간입니다. 지금은 1년에 기획전을 다섯 번 정도 열고, 전시 예산도 2억원 정도에 불과해요. 운영 주체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기관이니 한계가 뚜렷해요. 하지만 덩치나 예산만 키우기보다는 기관 정체성과 역사성에 맞는 콘텐츠를 찾는 데 주력할 겁니다.”

아르코는 1980~90년대 옛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시절과 2000년대 초 마로니에미술관 시절 ‘한국현대미술 신세대 흐름전’ ‘중진작가 초대전’ ‘대표작가 재조명전’ 등 당대 손꼽히는 주요 기획전을 잇따라 열었고, 2000회 넘는 전시 횟수에서 축적된 풍성한 아카이브도 갖고 있다. 임 관장은 “음원을 복각(리마스터링)하듯이 과거 전시의 유산을 독창적으로 되살리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당시 출품한 미술계의 생존하는 대가들과의 대화를 포함해 여러 방식의 아카이브 리마스터링 전시와 프로그램을 창안해, 지금 현재와 잇닿는 의미와 가치를 끌어내 공유했으면 합니다. 전시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논의하며 담론을 만드는 공론장 기능도 아르코가 잘할 수 있다고 봐요.” 임 관장은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 등에서 공부했으며, 지난 10여년간 서울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굵직한 전시들을 기획한 실력파 큐레이터다. 아르코는 80~90년대 국내 주요 공공미술관이었으나 근래 5년간 관장 없이 침체해왔다. 서구 미술에 밝고 국내 기획 경험도 두루 쌓은 그가 미술관에 어떤 기운을 불어넣을지 궁금해하는 미술인들이 많다. 그는 “막 걸음마를 떼는 단계지만 생각은 명쾌하게 가져가려 한다. 아르코 특유의 색깔을 추구하되 다른 미술관들과 경쟁 대신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하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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