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7 (화)

[김광일의 입] ‘김종인 쇼크’, 여당이 떨고 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 선거대책 위원장.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거의 삼고초려하다시피 해서 김종인 위원장을 모셔올 때 사람들은 반신반의했었다. 과거 두 차례의 선거를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이른바 ‘김종인 효과’ ‘김종인 충격’ ‘김종인 드라마’가 이번에도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어제 점심 자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김종인 얘기만 하고 있었다. 4·15 총선을 불과 보름 남겨놓고 전격적으로 통합당의 선거대책 본부에 사령관으로 찾아온 김종인 위원장은 "역시 달랐다."고들 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 비상경제 대책은 소기업과 자영업자, 거기서 일하는 근로자 임금을 즉시, 지속적으로, 재난 상황이 끝날 때까지 보전해주는데 맞춰야 합니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인에게서 흔히 듣는 말 같지만 그렇지 않다. 확연히 다르다. 이런 ‘경제 전문가’이자 ‘정책 입안가’이자 ‘선거 사령탑’이 어디 있다 이제 왔는가 싶다는 반응이 많았다. 지금 정치권과 정부가 핀셋처럼 집중해야 하는 곳을 ‘소기업과 자영업자,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라고 정확하게 짚어냈다. 문재인 정부의 말잔치를 통렬하게 꼬집으면서 지원 방향과 원칙을 보태고 뺄 것 없이 간결하게 제시했다. ‘즉시’ ‘지속적으로’ ‘재난이 끝날 때까지’, 이 세 가지다.

김종인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려면서 자꾸 미래 세대의 등에 짐을 지우는 식으로 나아가는 것에도 쐐기를 박았다. 문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 마련 대책으로 자꾸만 ‘적자 국채’를 발행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국가가 국민에게 빚을 진다는 것이며,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언젠가 세금으로 갚아야 할 돈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올해 예산의 20%인 100조원을 (항목을 변경하여) 비상 예산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거듭 제시했던 방안이다. 무조건 ‘적자 국채’를 발행하려 하지 말고, 올해 500조가 넘는 초대형 예산 중에 불요불급한 항목들을 용도 변경하면 100조 이상의 전용(轉用)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국회 의석 과반 정당을 만들어 6월에 개원 국회 개시 1개월 내에 코로나 비상경제 대책을 완결해 제시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마치 빨간 불을 켜고 경종을 울리듯 국민 마음에 다음처럼 다짐을 두었다. "이런 나라를 두 번 겪으면 큰일 납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추억 속의 선거 구호를 되살려냈다. "이번 선거는 ‘못 살겠다. 갈아 보자!’가 민심입니다." "정부·여당의 무능과 부도덕함은 이미 국민 마음속에 심판이 끝났습니다. 투표만 하시면 됩니다." 또 성 착취물 영상이 유통된 ‘n번방 사태’에 대해서도 자유 우파 유권자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발언을 이렇게 덧붙였다. "입장했던 사람들 명단을 공개하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해야 합니다."

‘김종인 충격 효과가 살아 있다, 아니 더 세진 것 같다’는 반응은 일반 유권자 사이에서만 나오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더불어민주당과 여권이 오히려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을 포함한 여권 정치인들이 김종인 위원장에게 십자포화를 쏟아 붓기 시작했다는 점이 여권의 긴장감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김종인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경제 실정(失政)론’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오자 여권이 발끈하면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김종인 위원장 발언에 대해 "공허한 방식"이라고 했다. "무책임하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6번 후보인 주진형 씨는 "이 지겨운 수구 정당의 푸닥거리는 어김없이 찾아왔다"고 했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경제 관점이 굉장히 오래된 분이 생각할 수 있는 슬로건"이라고 했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못 살겠다, 갈아보자’에 대해 "70년 전 선거 구호다. 과거 퇴행적인 모습"이라고 했다. 민생당 박지원 의원은 "좀 맛이 가신 분 같다. (김 위원장은) 찻잔 속의 태풍이고 별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김종인 효과’를 황교안 대표와 비교하는 반응도 나온다. ‘혼란스런 황교안, 돋보이는 김종인의 경제 논리’라는 신문 글까지 등장했다. 황교안 대표의 경제 메시지는 스텝이 자주 꼬인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문재인 대통령 잘못으로 몰아가는데, 그 비판이 너무 두루뭉술하거나 너무 단조롭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황 대표가) 메시지를 잘못 내고 있다." "(통합)당에 브레인이 없다." "이제부터 그냥 김종인씨한테 맡겨라. 그나마 이분은 감각은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기자회견 때 이런 말도 했다. "시중에서는 이미 ‘코로나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한다. (문재인 정부가) 무슨 대책이라고 계속 발표하는데 혜택을 봤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 정부가 ‘이미지 정치’와 ‘이벤트’와 ‘쇼’를 펼치고 있을 뿐 정작 서민의 삶에 직접 와 닿는 효과는 없다는 것을, 마치 송곳으로 정곡을 찌르듯 꼬집고 있다. ‘대책이라고 계속 발표하는데 혜택 봤다는 사람은 없다’. 정말 기가 막힌 현실 진단이 아닌가.

얼마 전 ‘마스크 대란(大亂)’의 정점에 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진노(震怒)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마스크 공급에 차질 없을 것"이라던 대통령 본인의 말씀이 헛소리가 됐으니 불같이 화를 낼 만 했다. 그러자 여러 부처의 장·차관들이 열일 제쳐놓고 모두 마스크 공장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런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듯 이렇게 말했다. "고위 공무원들이 이제 마스크 공장 그만 돌아다니고 신용보증재단 지점에 가서 대출은커녕 상담 예약도 못하고 돌아가는 자영업자들을 만나 보기 바랍니다."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정확하게 지목하면서 그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적군이지만 오히려 청와대가 귀담아 들어야할 소리를 김종인 위원장이 하고 있는 것이다.

여권은 아연 긴장하고 있다.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날 줄은 짐작했지만, 이 정도로 충격과 파급이 생길 줄은 몰랐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도 더 이상 ‘야당 복(福)’은 누릴 수 없을 것 같다. 여야 정책 대결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지난 3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적 실책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도 제대로 자리를 잡아갈 수 있는 전환점이 생겼다. 김종인 위원장은 어제 이렇게 말했다. "정부 여당의 무능과 부도덕함은 이미 국민의 마음속에서 심판이 끝나 있습니다. 저들은 심판을 예감하며 떨고 있습니다. 투표만 하시면 됩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김광일 논설위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