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2 (목)

고3 진도는 맞춘다 해도 원격 장기화땐 성적처리 막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교육부 ‘단계적 온라인 개학’ 발표]

입시일정 탓 고3·중3 먼저 시작

‘대입 모드’ 재수생과 형평성 고려

“중간고사·수행평가는 어쩌라고”

온라인 수업, 출결·성적 기준 없어

학생부 작성 등 입시 혼란 불가피

정시보다 수시전형 어려움 클 듯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순차 온라인 개학’이라는 절충안을 만들어낸 데는 학사 일정, 무엇보다도 입시 일정을 마냥 미룰 수 없다는 우려가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고3 수험생들의 경우, 4월9일에 먼저 개학하더라도 예년보다 개학이 5주나 늦어지게 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2주 늦추고 주요 대입 일정도 조정됐지만, 더이상 미루게 되면 차질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고3 먼저 개학하더라도 원격수업이 장기화하면 평가와 성적 처리 등이 난감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31일 교육부는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최대한 올해 입시 일정이 운용 가능하도록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개학 연기 상황이 계속되는 동안 입시에서 재수생에 견줘 재학생이 입는 불이익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등교 개학이 계속 미뤄진 채 원격수업만 해야 하는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다.

이번 온라인 개학 발표에 앞서, 정부는 원격수업으로 정규수업 일부를 대체할 수 있도록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원격수업을 하더라도 ‘평가’는 사실상 어렵지 않으냐는 것이 교육 현장의 반응이다. 교육당국이 원격수업으로 학습한 내용의 평가와 학생부 기재 등은 출석수업이 재개된 뒤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 개입을 최소화하려고 원격수업 기간에는 과제형 수행평가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사후 증빙으로 확인할 수 있는 등 출결 기준도 출석수업에 견줘 느슨할 수밖에 없다.

한겨레

올해 고3 담임을 맡은 한 교사는 “온라인 개학을 한다지만 교과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수행평가, 중간·기말고사, 출결 등을 어떻게 처리하면 되는지 명확한 결정 사항이 없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전대원 경기 위례한빛고 교사는 “학생부는 대입의 유불리에서 영향이 크기 때문에 원격수업이 길어지게 되면 이런 문제들이 큰 고민거리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유은혜 부총리는 “원격수업이 그때그때 평가를 하는 게 아니라 출석수업을 통해 평가에 반영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차이나 다양성 등과 같은 것들을 고려할 계획이다. 현장의 걱정을 최소화하면서 공정한 평가 방식이 되도록 지침을 마련해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점차 지역별·학교별로 출석수업을 원격수업과 병행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삼은 접근이다.

그러나 앞으로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한 학기 전체를 원격수업으로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지역별·학교별로 출석수업을 시작할 경우 되레 형평성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 어느 학교는 출석수업을 통해 평가를 하고 어느 학교는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출석수업을 시작했다가 의심환자·확진환자가 나와서 학교 문을 닫게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기정 서울 구암고 교사는 “기본적으로 전국 2천여곳의 고교가 같은 교육과정과 체계 아래에서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입시 체계에서 경쟁하는 환경인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온갖 차이가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 개개인이 짊어져야 할 몫으로 돌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을 세우기도 어려운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식 전달이 위주인 원격수업의 특성상 정시 전형보다는 수시 전형을 운용하는 데 어려움이 커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낸 논평에서 “교육부는 입시 일정의 연기 말고도 비교과 영역, 학생의 발달과정과 특성을 반영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비롯한 수시 전형 운영이 가능한 것인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세밀한 계획을 추가로 발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연속보도] n번방 성착취 파문
▶신문 구독신청▶삐딱한 뉴스 B딱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