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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단독]'구름빵' 백희나, 세계 최대 아동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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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로 '린드그렌 상' 받아, 상금 6억

심사위원들 "우리를 놀라운 세계로 안내한다"

백희나 "얼떨떨해요, 비현실적이라 믿기지 않아"

조선일보

2010년 10월 5일 40만부 이상 판매된 유아용도서 1위 '구름빵' 작가 백희나가 동빙고동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심각한 현실은 배제하고, 주변의 사소한 일상을 재미있게 그려내 읽는 사람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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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구름빵’의 작가 백희나(49)가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대 아동문학작가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ALMA)’ 수상자가 됐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에밀은 사고뭉치’ 등으로 세계 아동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린드그렌(1907~2002)을 추모하기 위해 2002년 스웨덴 정부가 제정한 상이다. 상금이 무려 500만 스웨덴크로나(약 6억465만원)에 달한다. 첫 회 수상자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와 모리스 센닥이다.

31일(현지 시각) 린드그렌의 집이 있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달라가탄에서 67국 240명 후보 중에서 백희나를 2020년도 수상자로 발표한 ALMA 심사위원회는 “조그마한 미니어처로 구름 빵과 달 샤베트, 동물들과 목욕탕 요정,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그림책은 감각적이고, 현기증이 날 만큼 날카로우며, 놀라운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고 평했다. 당초 2020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린드그렌의 손자가 집에서 심사위원들과 발표했다.

태국 방콕에서 전화로 수상 소식을 들은 백희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믿기지 않는다”며 얼떨떨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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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그림책 '구름빵' 속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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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구름 반죽으로 만든 빵을 먹은 아이들이 두둥실 하늘로 떠올라 아침을 거르고 출근하는 아빠에게 구름빵을 가져다준다는 이야기는 현재까지 약 45만부가 팔렸다. 이 작품은 백씨에게 2005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영예를 안겨줬다. 프랑스·대만·일본·중국·독일·노르웨이 등에 수출됐다. 어린이 뮤지컬과 TV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2010년 출간된 두 번째 책 ‘달 샤베트’도 나오자마자 두 달 만에 2만부가량 팔렸다. ‘장수탕 선녀님’이나 ‘알사탕’ ‘팥죽할멈과 호랑이’ ‘북풍을 찾아간 소년’ ‘분홍줄’ 등 그의 작품은 출간될 때마다 어김없이 올해의 책으로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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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1일 초등2 범준, 중1 홍비의 엄마인 그림책 작가 백희나. 자신이 신(神)으로 군림했던 이촌동 작업실에서, 이번에는 거꾸로 피사체가 됐다. 신작‘이상한 엄마’의 선녀와 엄마 등 자신이 직접 만든 캐릭터를 품에 안고서, 마치 촬영 현장의 한 장면처럼./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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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방식도 독특하다. 그림을 그리는 대신 무대를 연출하듯 스토리에 맞게 인형과 소품, 세트를 직접 만들고 조명을 곁들인 후 사진을 찍어 이미지를 표현한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틈이 날 때마다 소품용 인형 가구들을 사 모으고, 바느질을 해 인형들을 만든다”고 했다.

이화여대 교육공학과 출신인 그는 1997년 미국 유학을 떠나 캘리포니아 예술학교(Cal Arts)에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구름빵’을 낸 것은 유학 전 잠깐 출판 관련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서였다.

이 작품은 그에게 명예를 주었지만 부를 안겨주지는 않았다. 출판사와 저작권 양도계약을 맺어서 계약금 850만원과 인센티브 1000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 출판사 등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냈으나 1·2심 모두 패소했다. 지난 1월 서울고법 민사4부(홍승면 구민승 박지연 부장판사)는 백희나가 한솔교육과 한솔수북, 강원정보문화진흥원, 디피에스 등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백 씨와 한솔교육이 구름빵을 출간하기로 하며 맺은 계약에는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저작재산권 등 일체의 권리를 한솔교육에 양도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재판부는 “이 조항은 계약을 체결한 2003년 당시 백씨가 신인 작가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적절히 분담하려는 측면도 있다”며 “따라서 백씨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불공정한 법률행위라 무효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책의 저작권과 별도로 동화 속 인물에 대한 ‘캐릭터 저작권’이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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