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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은미희의동행] 나눔과 배려가 주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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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설마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고 위협하던 바이러스들처럼 그렇게 슬며시 잦아들 줄 알았다. 사스가 그랬고, 신종플루가 그랬고, 메르스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 사이 우리가 느꼈던 공포와 긴장은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 바이러스들을 잘 이겨내 왔다.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 한데, 아니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바람과는 다르게 기세등등하게 그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기실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는 자기반성 속에는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과 방심과 교만이 포함돼 있다. 그나마 우리는 상당한 대가를 치르고서야 아찔한 수직 상승을 막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유럽에서는 이번 코로나19를 21세기의 페스트라고도 부른다니 역병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가공할 만한 적이다. 코로나19 또한 인류를 공포로 몰아갔던 역대 전염병들처럼 또 하나의 재앙으로 기록되고 회자될 것이다. 지금도 이 코로나19는 변이와 변이를 거듭하며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있다. 하루빨리 치료제와 백신이 나왔으면 좋으련만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인류의 삶은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 있을 때마다 변화를 겪었다. 이 코로나19 역시 하나의 변곡점이 돼 그동안 우리가 관습적으로 이어왔던 삶의 양태도 바꾸어 놓을 것이다. 국가 역할은 더 강조될 것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촉발된 자발적 격리는 4차 산업의 확산과 가속에 불을 댕길 것이다. 파놉티콘과 같은 세상에서 랜선을 통한 타인과의 소통은 이미 진행 중에 있지 않는가. 오감의 자극이 덜한 타인과의 소통은 그만큼 기계적이고 의례적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는 벌써 우리의 마음건강에도 이상을 가져오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외부와의 단절은 또 다른 우울과 분노를 낳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분노사회로 치닫던 우리 사회에 그 우울과 분노는 또 하나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니 바라건대, 부디 공동체의 힘을 잃지 말자. 씨실과 날실처럼 국가의 노력과 공동체의 실천이 이번 위기에서도 빛나지 않았던가. 서로를 배려하고, 질서를 지키고, 나누는 마음들이 있었기에 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아낼 수 있었다. 콩 한쪽도 나눠 먹고 식사는 하셨냐는 인사로 서로를 챙기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이다. 그 따듯함과 인정이 있는 한 우리는 다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존재감과 행복감은 타인을 위할 때 극대화된다고 한다. 개인의 작은 힘들이 모이고 모여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는 고통은 나눌수록 그 강도가 줄어들고 상처도 빨리 아물 수 있다는 사실을 위기 때마다 체득해왔고 또 생활 속에서 실천해왔다. 인간은 혼자서만 잘 살 수 없다. 우리는 이번에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힘을 내자!

은미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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