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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오연천의 내 인생의 책]③하멜 표류기 - 헨드릭 하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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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관은 기회, 포기하지 말자

경향신문

<하멜 표류기>는 유럽인들에게 한국의 존재를 알게 해준 최초의 문헌일 뿐 아니라 조선 500년사에도 유럽인이 쓴 최초의 조선견문록이다. 그의 고향 네덜란드 호크름시에 하멜 기념박물관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의 한국 표류에 대한 네덜란드인의 관심을 말해준다.

이 책은 하멜이 1653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거점인 자바섬 자카르타에서 타이완을 거쳐 나가사키로 가던 중 풍랑으로 표류하다 제주도에 도착한 다음 13년간 조선에서 억류생활을 한 후 일본으로 탈출해 모국에 귀환한 즉시 4개 언어로 출판됐다.

난파 과정에 관한 서술로 시작되는 이 책은 글로벌 기준에서 17세기 후반 조선의 실상을 이해하는 사료로도 유익하다. 특히 유배·군역 등 강제 억류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하멜의 목격기를 통해 정사(正史)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양민들의 생활상과 변방의 실상을 미뤄 짐작하게 된다. 다만 조선 문화에 대한 몰이해로 서술의 일부가 편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제주목사가 심문하는 과정에서 하멜 일행에게 이미 귀화한 박연(네덜란드 이름 벨테브레이)을 가리키며 이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네덜란드 사람 같다”고 답했는데, 목사는 “조선 사람인데 잘못 봤다”고 한 대목이다.

가혹한 억류생활에서도 목격·체험담을 귀국 즉시 출판한 사실은 비록 동인도회사에 보상을 청구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선원 한 사람의 ‘해난사고 탈출기’를 뛰어넘는 초인적 ‘인간정신 승리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13년간 이역만리 억류생활 속에서도 한 가닥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목표를 향해 투혼을 살린 그의 생환기는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극단의 어려움 속에서도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상기시키는 사례라고 믿는다.

오연천 | 울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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