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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서비스업 생산 20년래 최악 ‘죽음의 계곡’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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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산업활동 ‘트리플 쇼크’

여행 -46%, 항공 -42%, 철도 -35%

제조업 가동율 71% 11년만에 최저

4월 제조업 BSI도 큰폭으로 하락

“더 낮은 L자형 침체에 대비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실물 지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의 시작 단계였던 지난 2월,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큰 폭으로 곤두박질쳤다. 글로벌 소재·부품 공급망이 멈춰 선 데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며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 전반이 흔들린 탓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3월에는 악영향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통계청의 ‘2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전(全)산업생산지수는 전월보다 3.5% 감소했다. 구제역 파동이 덮쳤던 2011년 2월(-3.7%)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전산업생산지수는 모든 산업을 대상으로 재화와 서비스 등 생산 활동을 집계한 것으로, 이 수치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것은 실물경제 전반이 주저앉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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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생산·소비 9년 만에 최악.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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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종의 타격이 컸다. 중국산 부품 공급 차질로 자동차 생산은 전월보다 27.8% 급감하며 전체 광·공업 생산을 3.8% 끌어 내렸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10.5%)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이 외에도 주요 산업체의 공장이 산발적 휴업에 돌입하면서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7%까지 떨어졌다.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3월(69.9%) 이후 10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벼랑 끝 서비스업에선 수직 낙하하는 업종이 늘고 있다. 국내외 여행객이 줄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확산하면서다. 여행업은 무려 45.6%나 감소했고, 숙박·음식점업(-18.1%), 항공여객업(-42.2%), 철도운송업(-34.8%) 모두 직격탄을 맞았다. 이 바람에 전체 서비스업 생산은 2000년 통계작성 이래 최대 폭(3.5%)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는 내수도 무너뜨렸다. 소매판매액지수는 6% 감소하며 2011년 2월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면세점 판매액은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36.4% 폭락했다.

설비투자 역시 쪼그라들었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가 15.4% 줄어드는 등 전체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4.8% 감소했다. 3대 산업활동 지표가 모두 무너지자 경기 진단 역시 크게 나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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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태별 소매판매 증감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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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경제의 어려움은 고용시장으로 이어졌다. 3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종사자 수는 1848만8000명으로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16만3000명(0.9%) 증가했다. 월별 종사자 증가 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9년 6월 이후 최저치다.

3월 통계에는 코로나 충격이 더 여실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2020년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3월 제조업 업황 BSI는 56으로 전월 대비 9포인트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됐던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다. 4월 업황 전망 BSI(54)도 전월 대비 15포인트나 하락했다. BSI는 기업의 체감경기를 알 수 있는 지표로 100이 넘으면 업황이 좋다고 응답한 기업이, 100보다 작으면 업황이 나쁘다는 기업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제조업·비제조업, 대기업·중소기업, 수출기업·내수기업 구분할 것 없이 상황이 심각하다고 봤다. 정부는 이미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각오하는 분위기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20일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1분기)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전 세계로 확산한 3월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보다 바닥이 더 낮은 L자형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자금 지원은 당장 기업의 부도를 막는 데는 도움 되겠지만, 국제적인 경기 침체가 맞물린 만큼 경기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원석 기자, 세종=허정원·임성빈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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