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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거리는 '길이' 보다 '시간'으로 표현한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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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 간 거리는 얼마일까요? [사진=구글 지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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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일상에서 거리를 표시할 때는 '미터(m)'나 '킬로미터(㎞)'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실제 대화에서는 이런 단위보다 시간을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m나 ㎞가 불편하기 때문일까요?


평소 직장 동료와 나누는 대화의 일부입니다. '거리'를 포함한 대화인데, 일상적 대화와 정확하게 거리를 알려주려고 노력하는 대화를 구분해보면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게 될 겁니다.


"집에서 지하철까지 얼마나 걸려?(집에서 지하철까지 거리가 얼마나 돼?)"

"걸어서 5분 정도(집 출입문부터 지하철 입구까지 거리는 600m 정도 돼)."


"출근 하는데 얼마나 걸려?(집에서 회사까지 거리가 얼마나 돼?)"

"지하철 타고 30분, 지하철까지 10분? (집 출입문부터 지하철 입구까지 1.2㎞ 정도 되고, 지하철로 1개역 지나는데 평균 2분 걸리니까 15개 역을 지나게 되지. 지하철의 평균 속도가 50~60㎞/h로 계산하면, 역 하나 간 거리는 대략 1.5~2㎞ 정도 된다고 볼 수 있지. 지하철 출구에서 회사까지 5분 걸리니까 600m, 그러면 회사까지 24~32㎞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


어떤가요? '걸어서 몇 분', '지하철로 몇 분'이라고 표현하면 간단한데 거리로 정확하게 표현하려니 복잡해지고, 거리의 개념도 불분명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상에서 '집에서 지하철까지 5분' 또는 '출근하는데 1시간'이라는 축약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거리는 시간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이해가 쉽다는 말입니다. 과학적으로는 거리는 속력과 시간의 곱으로 얻을 수 있는 값이기 때문이지요.


'거리 = 속력 x 시간'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거리의 단위인 m나 ㎞로 거리를 표현하는 것보다 시간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쉽고, 이해도 빠릅니다.


정확하게 묻고, 정확하게 알려준다고, "출근 거리가 얼마나 돼?"라는 물음에 "집 출입문부터 지하철 입구까지 1.2㎞이고, 지하철로 24.6㎞를 타고 와서, 지하철 출구에서 회사까지 600m지. 그래서 도합 26.4㎞야."라는 대화를 나눈다면, 서로 답답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4만㎞ 정도인 지구의 둘레에 대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고 가정해보면,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해야 상대방이 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시속 100㎞인 자동차로 달리면, 400시간이 걸립니다. 하루에 10시간 운전을 하고, 고속도로로만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데는 40일이 걸리게 됩니다. 이 거리를 단순히 "4만㎞"라고 표현하기보다 "자동차로 40일 동안 가야 해" 또는 "시속 100㎞ 속도의 자동차로 하루 10시간씩 40일을 달려야 해"라고 표현한다면 더 쉽게 이해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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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시간으로 표현할 때 더 쉽게 이해됩니다. 경부고속도로를 주행 중인 차량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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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 이런 표현입니다. 이동하는 수단의 속력을 덧붙여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흔한 표현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500㎞' 같은 표현입니다.


평소에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동차로 5시간 거리'라고 하고, 명절 때 교통체증을 표현할 때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평소 자동차로 5시간 거리인데, 지금은 8시간 정도 걸립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지요. 거리는 시간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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