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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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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20달러 붕괴 위기…속타는 DLS·정유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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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 30일 WTI 배럴당 20.09달러…18년 만에 최저 수준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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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구은모 기자]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원금 손실 구간(knock in·녹인)에 진입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이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정유주는 대규모 손실이 예상돼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0.4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보다 하루 전인 30일에는 배럴당 20.09달러에 장을 마치며 1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원유 DLS는 대부분 유가가 발행 당시 기준가격의 5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원금 손실이 없도록 설계돼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WTI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약 50~60달러 수준에서 움직였다는 점을 고려해 녹인 레벨 50%를 적용하면 손실 적용 가격은 25∼30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유가가 20달러를 위협받을 정도로 약세를 보이면서 원유 DLS의 손실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원유 DLS의 미상환잔액은 1조3743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초자산별로는 WTI가 9209억원, 브렌트유가 4534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WTI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 가운데 손실 기준선 45~55%에 있는 DLS 미상환액이 5755억원(62.5%)에 이르고, 브렌트유를 기초로 한 DLS 중에는 녹인 기준이 45~55%로 설정된 DLS 미상환액이 3970억원(87.6%)에 달한다.


미상환잔액은 DLS가 조기상환 주기에 도달했음에도 유가 등 기초자산이 조기상환 조건에 미달해 다음 상환평가 때까지 상환이 연기된 금액을 말한다. 다음 상환평가 때까지 기초자산의 가격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미상환액의 손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물론 6개월마다 상환평가가 이뤄지는 만큼 향후 유가가 반등한다면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 없이 상환할 수 있다.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DLS 조기상환 건수도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달 DLS 조기상환(원화대상)은 65건으로 2월(155건) 대비 60%가량 감소했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해 조기상환을 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중도상환은 2월 90건에서 지난달 351건으로 4배 가까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 정유주는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이투자증권은 S-Oil과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손실을 각각 8262억원, 9530억원으로 내다봤다. 특히 정유부문 영업손실이 각각 9210억원, 9559억원이나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 원유재고 평가손실 발생 등이 실적을 악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부진도 정유주에는 악재가 됐다. 항공유, 가솔린 수요는 올해 상반기 큰 폭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앞으로 비대면 근무, 재택근무 등 이동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패러다임으로 변화할 경우 원유 수요 성장세가 크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내 저유가 흐름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 수요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산유국 간 증산 경쟁이 시작돼 유가가 이번 달 내 배럴당 20달러 선을 하회할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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