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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라임 '회장님' 법카 받아 쓴 靑 행정관…금감원 "힘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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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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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몇 개월 동안을 입술이 부르트도록 고생했는데 누구 한 사람 때문에 정말 힘 빠집니다."

금융감독원이 뒤숭숭하다. 지난해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 나갔던 김모 팀장 때문이다. 그가 라임펀드의 전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은 사실 등이 알려지자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법카 받아 쓴 靑 파견 금감원 팀장



1일 스타모빌리티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모 금감원 팀장은 지난해 5월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장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월 200만원 한도의 스타모빌리티(당시 인터불스) 법인카드를 건네받은 뒤 이를 서울 강남과 경기도 안양 등에서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인카드의 한도는 이후 월 300만원으로 늘어났다.

스타모빌리티는 지난해 4월과 올해 1월 라임펀드로부터 총 595억원을 투자받은 회사다. 스타모빌리티의 실질 소유주인 김 전 회장은 이 투자금 중 517억원을 횡령해 도주한 혐의로 최근 회사로부터 고소당했다.

김 팀장이 스타모빌리티에서 받은 건 법인카드만이 아니다. 자신의 동생을 지난해 7월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로 앉힌 뒤 회사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급여를 받도록 했다. 검찰은 이 돈이 사실상 김 팀장에 대한 김 전 회장의 뇌물일 수도 있다고 보고 수사하는 중이다.



"허탈하다"…금감원 분위기 달라져



김 팀장은 장모 대신증권 반포센터장의 녹취록에서 라임 사태를 해결할 "핵심 키(key)"로 지목됐던 인물이다. 장 전 센터장은 김 팀장에 대해 "서울대 경제학과 나오고, 금감원에서 이쪽(청와대)으로 가 네트워크가 쭉 있다"라며 "라임 거 이분이 다 막았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김봉현 전 회장과 어린 시절부터 친구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광주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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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전경.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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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녹취록이 공개됐을 때만 해도 금감원 내부에선 "그러게 술자리를 가려서 다니고 처신을 잘 했어야지"라는 분위기였다. 처신을 잘 못 해 어쩌다 술자리에서 김 전 회장 같은 인물과 어울렸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김 팀장과 김 전 회장이 유흥업소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사진이 공개된 2월 말부터 금감원 분위기도 달라졌다. 법인카드 등 금품 수수까지 드러난 지금은 금감원 내부에서도 "뭔가 있나 싶어 당황스럽다",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영향력 행사했을까



김 팀장이 받은 건 대가성 금품일까. 만약 김 팀장이 금감원이나 청와대를 통해 라임사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거나, 금감원 검사 상황을 김 전 회장 등에게 알아다 주는 역할을 했다면 명백하게 대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팀장이 파견나갔던 청와대 행정관 자리는 금감원 보고 사항을 청와대로 전달하는 자리일 뿐, 청와대의 지시 사항을 금감원으로 하달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8~10월에 진행된 라임운용 검사 과정에서도 김 팀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바는 없다고 금감원은 설명한다. 직급상 김 팀장이 조직에서 그렇게 큰 영향력을 가지기 어려운 구조라고도 주장한다.

김 팀장은 올해 초 청와대 파견을 마치고 금감원 인재교육원 소속 팀장으로 부임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자 지난달 26일 팀장직에서 보직해임됐다. 금감원은 향후 수사 결과 등에 따라 김 팀장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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