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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왜냐면] 코로나19의 경제학- 속도와 공조가 관건이다 / 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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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철 ㅣ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원장·원장 직무대행

코로나19 감염병은 우리의 신체를 직접 위협하지만 그와 함께 찾아온 경제위기는 생계를 위협한다. 방역을 강화할수록 경제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보건이냐 경제냐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일종의 딜레마처럼 보인다. 하지만 둘 다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기 때문에 하나만 선택할 수는 없다. 감염병이나 경기침체는 모두 기하급수적(exponential)으로 확산된다는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당분간 보건과 방역에 방점을 두어야 하는 이유, 동시에 경기침체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한 정책 노력과 국제공조가 중요한 이유가 모두 여기에 있다.

인지심리학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인간의 뇌는 비선형 관계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선형적으로 생각(linear thinking)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코로나19처럼 전염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경우에 선형적 사고의 결과는 합리적인 해법을 도출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높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해 한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할 때만 해도 많은 나라들의 초기 대응은 강 건너 불구경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감염병의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유럽과 중동, 미국 등 전세계로 퍼졌다. 한달여 전 미국의 확진자가 15명이던 당시 “감기에 불과한데 웬 야단법석이야, 우린 잘하고 있다”고 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급기야 국방물자생산법까지 발동한 미국은 중국을 넘어 최대 감염국이 되었다. 기하급수적 확산이라는 비선형의 현상에 선형적 사고방식으로 대응했기 때문은 아닐까.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 타임스> 3월13일자 기사에 등장한 런던의 역학자 브리타 주얼 박사의 말을 진작 들었더라면 결과가 나아졌을지 모른다. 감염병 전문가인 주얼 박사가 추천한 최선의 대응은 속도전이다. 오늘 한명의 확진자를 예방하면 한달 내에 2400명이 감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일주일만 늦춰져도 예방 가능한 수가 600명으로 크게 감소한다는 것이다. 신속하고 선제적인 방역이 4배 이상 효과적이다. 한국의 방역이 세계적인 표준이 되는 데에는 우리 의료진과 정부의 노력, 그리고 시민의 협조가 절대적이었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경기침체의 심각성은 이미 세계 각국 정부가 앞다투어 내놓은 확대재정 정책의 규모가 방증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3월13일자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51~1.02% 감소, 세계는 0.57~1.13%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에 따른 시나리오 분석 결과다. 당시만 해도 과감한 시나리오 설정에 기초한 결과지만 지금은 오히려 보수적으로 느껴진다.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규모도 중요하지만 속도가 관건이다. 다가오는 경제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도 다양한 금융안정 및 확대재정 정책과 통화스와프 등을 통해 실물과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하는 한편 비상경제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 도입 방안을 확정했다. 이러한 조치들이 제구실을 하려면 실무선에서 병목현상을 제거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의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중심주의로 탈세계화(deglobalization)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그럼에도 그동안 지속된 세계화와 글로벌 가치사슬의 확대로 감염병 확산에 따른 경제적 영향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으며 각국 정부의 대응조치들이 없다면 천문학적 피해가 예상된다. 따라서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 발전하지 않도록 국제공조가 중요하다. 최근 화상으로 진행된 주요 20개국(G20) 회의는 희망의 불빛을 키웠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배척과 갈등 대신 소통과 이해, 그리고 투명성과 리더십에 기초한 국제공조의 성공 사례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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