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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사설] ‘재난지원금 혼란’ 자초한 정부, 합리적 기준 제시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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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정부가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놓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소득 하위 70%인 1400만 가구에 최대 100만원씩 준다는 큰 틀만 내놓고 구체적인 지급 기준 등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발표한 지 이틀이 지난 어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다음주 이른 시기에 지원대상 소득기준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겠다”고 한 게 고작이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자체 지원을 선언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불만이 폭발하는데도 소득산정 기준, 지급 시기·형태 등은 여전히 ‘깜깜이’다.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졸속으로 밀어붙인 게 화근이다. 소득만 기준으로 삼을지, 재산·소득을 합친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할지를 놓고도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복지부가 핑퐁게임을 벌이고 있다. 사전에 꼼꼼히 챙겨보지 않은 채 발표부터 해놓고 선거가 끝난 뒤인 5월에 지급하겠다는 속셈도 뻔하다.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당장 정부가 지자체에 재원의 20%를 떠넘긴 게 사달이 났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도와 시·군의 지원금을 받는 지역은 정부 지원금에서 지방 부담분을 제외하겠다고 했다. 충북과 울산은 자체 지원금을 보류했다. 부산시는 자체 지원금 예산의 절반을 16개 기초단체에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정부에 국비 지원을 건의했다. 지원금의 형평성도 의문이다. 정부가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주된 기준으로 삼고 부동산·금융재산 등의 보유 현황을 고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지만 이 역시 문제투성이다. 직장·지역 가입자 간 기준이 다른 데다 개인의 종합 소득과 재산을 반영하기 힘들다. 5월 시한에 맞추기 위해 국세청의 소득신고 자료와 행정안전부의 재산세 납부 자료 등을 토대로 재산 보유 현황을 집계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떤 방식으로든 1400만 가구에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면 유리지갑인 급여생활자와 소득증빙이 불투명한 자영업자 간 차별 논란은 불가피하다.

재난지원금의 취지는 그 돈이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으로 흘러들어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것이다. 세금 살포로 추진되는 정책은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야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이후에도 혼란이 지속된다면 코로나19 방역에도 모자란 행정력과 예산만 낭비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 국민을 납득시키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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