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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상 믿기지 않아… 글 다시 쓸 힘 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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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작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 린드그렌상 받아 / 상금 6억원… 한국 첫 수상 쾌거 / 심사위 “경이 세계로 가는 통로” / ‘구름빵’ 소송 패소로 마음 다쳐 / “이 상 내게 큰 희망으로 다가와”

세계일보

그림책 ‘구름빵’의 백희나(사진) 작가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수상했다. 이 상은 2002년 스웨덴 정부가 ‘말괄량이 삐삐’의 저자인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이다. 한국 작가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사위원회는 백 작가의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접근에 높은 점수를 줬다. “백 작가는 소재와 표정, 제스처에 대한 놀라운 감각으로 영화 같은 그림책을 통해 외로움과 결속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며 “작품은 경이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이며, 감각적이고 아찔하면서 예리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모든 이야기에 아이의 관점과 우리 삶에서 놀이와 상상이 갖는 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이 상 후보자는 67개국 240명이었으며, 백 작가에겐 상금 500만크로나(약 6억원)가 수여됐다. 백 작가는 “믿어지지 않는다. 매우 놀랍고 행복하다.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 자신이 아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백 작가는 독특한 작품 표현방식으로 유명하다. 종이와 판자 등 각종 재료로 만든 배경 위에 직접 만든 주인공 캐릭터 인형을 놓고 사진을 찍어 그림책 속 장면을 만든다. ‘물감과 종이’란 기존 문법을 과감히 부순 것이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것이 영감을 줬다. 영화적 관점에서 스토리텔링에 접근하게 됐다는 것. 심사위원회 역시 그의 이러한 독특한 표현법에 주목해 ‘영화화된 그림책(filmic picture books)’이라 평했다.

그의 대표작인 구름빵(2004)은 아침을 거른 채 허둥지둥 출근한 아빠에게 고양이 남매가 두둥실 하늘로 떠올라 구름빵을 갖다준다는 내용으로,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 작품이다. TV시리즈와 뮤지컬로 제작되는 등 흥행을 거뒀으나 백 작가에게 돌아간 몫이 채 2000만원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출판사에 저작권을 일괄양도하는 ‘매절계약’ 때문이었다. 백 작가는 출판사 등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냈으나 1·2심 모두 패소했다.

백 작가는 수상 후 국내외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1년간 소송으로 인해 창작활동을 하지 못했다”며 “아직도 신인 작가들과 후배들이 이런 일을 겪는다고 한다. ‘나는 지더라도 끝까지 해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항소심 패소 이후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태국에 머무르고 있다는 그는 “소송은 내가 뜻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 상이 내게 큰 희망으로 다가온다. 내가 계속해서 책을 쓸 수 있는 힘을 줄 것 같다”고 작품활동을 재개할 의사를 밝혔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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