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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유가전쟁 돌입 4월…허약 산유국 '죽음의 달'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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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머니투데이

/사진=AFP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예고한 대로 이달부터 증산에 나서 '저유가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석유수출기구(OPEC) 회원국들 중 생산원가를 감당치 못할 나라들이 이번 전쟁에서 먼저 쓰러지기 시작할 것이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신용평가회사들은 나이지리아, 멕시코 등 일부 산유국들에 대한 등급 하향에까지 나섰다. 석유 수출을 통한 나라 수입이 급감하면서 이들 나라는 안보, 보건 등 주요 예산 지출을 삭감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RBC 캐피털 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수석 상품 전략가를 인용해 "(유가전쟁) 교착상태는 OPEC 회원국들 중 위험에 빠진 생산국들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며 이란, 이라크, 알제리, 리비아, 앙골라, 베네수엘라 등 6개 국가를 "흔들리는 나라들"로 명시했다.

이들 국가들은 현재 석유 생산 과제 뿐 아니라 안보 위협이나 막대한 국가 예산의 필요 등 문제들이 산적해 이미 난관에 빠져 있단 설명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이동량 급감 등 전세계 경제 활동이 둔화되면서 올 해 전세계 석유 수요는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달 26일 로이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올해 3월 석유 수요가 하루 1050만배럴 감소한 데 이어 4월에는 187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약 1억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4월에는 이중 20%가 사라지는 셈이다.

게다가 사우디가 전세계 최저 수준의 생산원가를 무기 삼아 4월부터 증산을 예고, 이미 20달러대까지 내려온 유가는 10달러대까지 폭락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초 OPEC+(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 연합체)가 추가 감산 합의에 실패한 것이 미국 셰일 석유회사들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러시아의 '어깃장'이란 해석들이 나왔지만 유가전쟁으로 인한 타격은 정작 재무구조 등이 취약한 나라부터 입게 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PEC 회원국들의 올해 석유·가스로 인한 수입은 전년 대비 약 50~85% 떨어져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조사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저유가 상쇄를 위해 하루 250만배럴의 석유 생산을 늘릴 수 있는 데 비해 다른 회원국들은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생산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작업장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날 WSJ는 "이라크는 정부 지출 충당을 위해 50달러 이상의 유가 수준을 필요로 한다"며 "최근 몇 주간 이라크 가라프 유전에서는 시추 관련 운영회사인 말레이사 '페트로나스'가 코론19를 우려해 자국 근로자들을 본국으로 송환시킴에 따라 하루 10만배럴의 생산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알제리는 유가전쟁에 뛰어들 여력이 없다.

이날 WSJ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알제리 정부는 예산 지출 30% 삭감을 포함해 총 240억달러(29조3000억원)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알제리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1800억달러다. 알제리 정부 한 관계자는 현 수준의 유가가 2~3년 유지될 경우 알제리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아래 놓이게 될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나이지리아도 이번 유가 전쟁의 희생양으로 꼽힌다. 나이지리아는 자체 원유 생산 가격이 배럴당 29.6달러다. 저유가가 지속되면 그동안 이슬람 반군과 싸워온 나이지리아는 관련 군사 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예산에서 346억달러의 지출 삭감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분야 예산 삭감은 나이지리아 국가안보 위협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유국 중 이미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지난달 중순 이미 IMF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50억달러 긴급자금을 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베네수엘라는 이미 미국의 제재로 샌산량의 절반을 잃은 상황이어서 이번 유가 전쟁으로 인한 타격이 더욱 클 전망이다.

한편 일부 산유국들은 신용등급마저 강등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로이터에 따르면 S&P는 최근 나이지리아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B-로 강등했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나이지리아가 더 깊은 '정크영역'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밖에 멕시코, 앙골라 등도 국제 유가 급락을 이유로 등급이 강등됐다. 멕시코는 BBB로 내려왔고 특히 앙골라와 에콰도르는 CCC로 내려와 부도의 위험이 더 커졌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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